겨울철 빼놓을 수없는 즐거움 중 하나가 스키. 갈 때마다 느끼지만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옷 입는 스타일도 천태만상이다.지난 주 한 스키장에서의 경험담.
곤돌라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내 옆에 있던 20대 초반의 여성이 눈길을 끌었다.
예쁘장한 얼굴과 슈퍼 모델 같은 몸매에 복숭아색볼 터치를 하고 보라빛 짧은 스키 점퍼를 입은 모습이 한껏 멋을 부린 듯 보였다.
그런데 같이 곤돌라에 앉자마자 심하게 일그러진 표정이 되었다. 몸매를 드러내기 위해 아래 위로 꽉 끼게 입은 스키복을 입고 몸을 구부리는 것이 몹시 버거운 듯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앉는 데 저 정도면 대체 스키는 어떻게 탈지 의심스러웠다. 곧바로 라운지로 직행해, 오후 내내 커피나 마시려는 건 아닐까 싶었다.
사실 벙벙한 스키복을 입으면 누군들 두루뭉실하게 보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설원 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옷차림은 스키 타기에 가장 좋은, 그러면서도 약간의 유행을 감안한 차림이다.
몸매 라인을 최대한 살린 스키 패션이나 방금 팬시 가게를 탈출한 듯 털방울이 잔뜩 달린 긴 모자, 커다란 고글, 귀고리, 파티라도 가려는듯 화려하고 짙은 화장 등은 오히려 다른 스키어들을 부담스럽게 하는 ‘어글리 패션 리더’일 뿐이다.
곤돌라에서 내려 슬로프를 내려가려는 순간, 이번에는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여성이 눈길을 끌었다.
캐포츠(캐주얼+스포츠) 스타일의 두툼한 카키색 방수 팬츠와 편안하고 따뜻해 보이는 줄무늬 니트 차림에 색조 화장없이 겨울 바람으로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 그 얼굴.
오직 스키만을 즐기고자 불필요한 것을 다던져버린 그의 심플하고 싱그러운 모습은 곤돌라에서의 씁쓸한 경험을 깨끗이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베스띠벨리 디자인실 남창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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