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용산 미군기지이전에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는 것은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미군측이 기지 안에 장교 아파트를 짓겠다고 억지를 부린 일로 시끄러웠던 것이 엊그제였는데, 기지를 이전한다면 그 문제도 자연히 풀리게 될 것이다.
그보다 수도의 심장부에 자리한 노른자위 땅을 돌려 받아 도시기능을 회복시키고, 민족적인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이 더 큰 수확이 될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는 근세 100년간 외국 군대가 주둔해 우리의 주권이 미치지 못한 '빼앗긴 땅'이다. 1904년 러일 전쟁이 일어나자 일본은 숭례문 밖에서 한강에 이르는 광활한 땅에 군용지 푯말을 세우고, 우리 주민의 접근을 막았다.
한국강점 이후 일제는 그 땅을 오래도록 군 주둔지로 활용했고, 일제 패망 후에는 미군이 차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서울 한가운데 자리잡은 '범접할수 없는 땅' 87만평이 가하는 제약은 정말 크다.
이 땅 한가운데로 남북을 가로지르는 지하철 노선계획을 세웠다가 뜻을 이루지 못해 국철과 나란히 가는 노선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한 사례다.
남북 관통도로망 확충의 차질은 물론, 90년 이전합의 각서(MOE)를 전제로 서울시청을 그곳에 지으려는 도시계획을 세우고도 부지하세월, 미국측의 선처만을 하염없이 기다려 온 처지다.
우리는 미국측이 적극적인 이전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 본다.
90년 이전합의 당시 이전비용은 17억달러 정도로 추산됐으나 이듬해 미국측이 95억달러를 요청해 이전실무가 중단됐다.
이전하는 김에 최신설비를 갖추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이번 이전협상도 각서를 휴지화한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도심지나 주거지 인근의 주둔지나 훈련장, 불요불급한 점용지 등을 한국에 반환하는 열린 주둔정책을 택해야 한다.
100년 한이 스민 땅을 되찾으려는 한국인들의 열망을 외면하는 주둔정책으로는 결코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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