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빈곤여성들은 대개 남편과의 사별 등으로 혼자 사는 40대이며, 만성질환을 지닌 채 직접 생활전선에 나서 월 50만원 남짓한 수입으로 역시 질병을 앓는 3명 정도의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이 같은 사실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최근 정부로부터 생계급여를 받는 전국 6개 광역시(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드러났다.
국내 빈곤여성 전반에 대해 구체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빈곤여성 가장은 총 2만8,436명으로,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는 전체 ‘조건부 수급자’ 4만9,802명의 57.1%에 해당한다.
연령별로는 ▦40대 62.9% ▦50대 19.9% ▦30대 13.9% 등으로 평균 45.6세. 교육비, 보건의료비, 주거비 등의 씀씀이가 가장 많은 중·장년층이 오히려 빈곤의 늪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이들의 학력은 63.4%가 중졸 이하로 조사됐다.
현실적으로 빈곤 여성들의 삶의 의욕을 꺾는 주범은 단연 질병이다. 69%가 위염,폐렴 등의 만성질환으로 생활에 곤란을 겪고 있다.
월 수입은 ▦50만~100만원 48.6% ▦20만~ 50만원 46.9% 등으로 평균 52만원.
전체의 62.5%가 3인 이상의 가족을 부양하고 있고, 더구나 이들 가족 중에도 장애나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가 47%나 돼 최소한 70만원 이상의 생계비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빈곤 여성은 가족해체의 최대 피해자이기도 하다. 질병 등으로 대개 생활능력을 상실한 상태이긴 해도 남편이 있는 경우는 35.6%에 불과했고 이혼 및 별거 비율이 각 23.8%, 13%에, 사별한 경우도 25.1%나 됐다.
이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한 시기는 ‘3년전 부터 5년전 사이’가 26.6%, ‘1~3년 사이’ 11.6% 등이어서, IMF 경제위기에 따른 실직, 부도, 이혼 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실태조사를 주도한 강남식(姜男植) 한국여성연구소 소장은 “사실상 우리나라 빈곤층 문제는 빈곤 여성가장의 문제임이 드러났다”며 “이들이 본인의 건강이나 몸이 아픈 부양가족 때문에 일을 제대로 못하고, 이 때문에 수입원도 없는 악순환이 고착화해 가는 상황”이라고 지적, 빈곤여성을 위한 현실적인 제도 및 자활프로그램의 구축을 촉구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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