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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부시 訪中 앞두고 '도청' 파장…장쩌민 전용기서 작년 9월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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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부시 訪中 앞두고 '도청' 파장…장쩌민 전용기서 작년 9월 발견

입력
2002.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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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 주석의 보잉 767 _300 전용기 도청 장치 장착 사건이 불거지면서 양국간 첩보전이 다시 수면으로 부상하고 있다.지난해 4월 미 해군 EP-3E 정찰기 사건 발생 9개월 만에 다시 터진 이번 사건으로 양국간 긴장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도청장치 발견

중국 공군측은 미측으로부터 전용기를 인도 받은 직후인 지난해 9월 시험 비행을 하던 중 기내에서 이상한 신호음을 감지했다. 통신 보안을 총괄하는 중국군 총참모부 제3국이 기내를 수색한 결과 江 주석 전용실 침대 머리맡과 욕실 등에서 도청 장치 27개를 찾아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전용기를 주문한 공군 산하 중국연합항공(CUA)과 전용기 수입을 담당한 중국항공물품수출입공사(CASC) 관계자 20여명을 상대로 업무 태만 및 부패 혐의등을 조사해왔다.

이에 앞서 중국측은 미국 델타사와 1억2,000만 달러 상당의 767-300기 한대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텔타사는 보잉사로부터 장기공급 분으로 구매한 기종 중 한 대를 중국측에 판매했다.

기체는 일부 시설만 한 채 보잉사의 시애틀 격납고에 보관되다 2000년 6월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 공항으로 옮겨져 1,000만 달러에 이르는 내장 시설이 추가 설치됐다. 지난해 8월 시설이 갖춰진 기체는 하와이를 거쳐 중국 당국에 인도됐다.

▽누가 장착했나

이번 사건의 핵심인 도청 장치 장착의 주체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워싱턴 포스트는 중국 당국이 전용기에 내장품이 설치되는 동안 미 정보기관이 장치를 숨겼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군 관계자들은 ▲미 해군 EP-3E 정찰기 사건으로 양국간 대치 상황이 계속되던 동안에도 내장 설치 작업이 이뤄졌고 ▲도청 장치가 위성으로 통제되는 첨단 장비라는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내장 시설을 설치한 미국 회사관계자들은 “중국 관리들이 24시간 감시하고 있었다 ”며 이 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 해군 장교 출신인 홍콩 링난대의 폴 해리스 교수는 “보잉사의 경우 당시 중국과 20억 달러 규모의 수주건을 논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국 내부에서 전용 기내에 도청장치가 설치되길 희망했을 수도 있다”고 중국쪽에 화살을 돌렸다. 중국이 장치 발견 4개월이 지나도록 미측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점도 석연치 않다.

▽미ㆍ중 관계 영향

이번 사건이 9ㆍ11테러 이후 개선되고 있는 양국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양국 정부 모두 이번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1972년 리처드 닉슨과 마오쩌둥(毛澤東)간 역사적 회담 30주년을 맞아 열리는 부시 대통령과江 주석과의 회담에서 이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을 주적으로 삼고있는 미국의 의도를 재확인한 셈이어서 첩보 수집을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일 기자

ksi8101@hk.co.kr

■강대국 첩보전 어제와 오늘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4월 첨단 첩보장비를 실은 미 해군 정찰기와 중국의 전투기 충돌과 중국의 미정찰기 억류 사건으로 심한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역대 가장 불꽃 튀는 첩보전은 냉전 시절 세계질서의 양 축이었던 미국과 옛 소련 간에 벌어졌다.

1950년대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국새(國璽) 모사품에서 도청 장치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된 양국간 첩보전은 냉전 말기인 80년대 절정을 이뤘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86년 미국은 소련 유엔 대표부 직원 25명을 간첩 혐의로 추방했다.

소련의 모스크바 주재 미국 외교관 5명 맞추방과 미국의 소련 외교관 55명 추가 추방이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극도로 경색됐다. 앞서 85년에는 신축중인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 건물에서 도청장비가 발견돼 공사가 중단되고 이 건물은 10년간 사용되지 못했다.

지난 해에도 전 연방수사국(FBI) 요원 로버트 핸슨이 러시아를 위해 첩보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양국간에 외교관 맞추방전이 벌어졌다. 핸슨은 특히 미국이 80년부터 워싱턴 주재 소련 대사관 지하에 도청용 터널을 구축, 운용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지난해 유럽과 미국이 벌인 미 첩보망 ‘에셜론’ 논쟁은 첩보전의 다극화, 장비의 첨단화를 보여준 대표적 예다. 유럽의회는 미국이 통신 위성과 군 기지를 연결한 대규모 첩보망을 구축, 유럽 기업들의 전화, 팩스, e메일 통신을 도청해왔다고 주장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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