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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겨울방학 이용 청소년사이에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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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겨울방학 이용 청소년사이에 붐

입력
2002.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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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에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있다.서울성형외과 이민구 원장에 따르면, 10~20대가 전체 미용성형수술 환자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외모도 능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성형수술을 통해서라도 결혼이나 취직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겠다는 젊은이들이 겨울방학을 이용해 줄을 서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사동 일대 성형외과에는 이미 2월초까지 수술 스케줄이 잡혀 있을 정도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1년 동안 실시되는 성형수술의 약 절반 정도가 이번 겨울 시즌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10대 성형수술, 바람직한가?

10~20대가 성형외과를 찾는 이유는 주로 쌍꺼풀수술(50%)이나 코성형술(30%) 을 위해서다.

비용은 각각 100만~150만 원대. 그다음 순서로 젊은이들이 즐겨 하는 수술은 사각턱(500만 원), 광대뼈(500만 원)를 교정하는 안면윤곽술, 유방확대술(500만~600만 원)이다.

50대 엄마가 고등학교, 대학교에 다니는 딸들과 함께 찾아 와 자신은 안면주름이나 눈밑 지방을 제거하고, 딸들은 쌍꺼풀이나 코성형술을 받게 하는 풍경이 이제 익숙해졌다.

최근에는 쌍꺼풀과 코수술, 얼굴윤곽술과 가슴확대술을 동시에 하는 복합요법도 유행하고 있다.

신체성장이 아직 미완성 상태인 10대~20대 초반의 성형수술 붐은 사실 환자 수요보다는 의사의 공급과잉 요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대한성형외과개원의 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현재 전체 성형외과의원 수는 약 450여 곳. 하지만 최근 1년새 약 100여 곳이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수가 통제에서 벗어나 고수익을 올려보려는 성형외과 의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못생긴얼굴을 고치지(?) 않는 것이 거의 죄악처럼 여겨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성형외과 수술의 약 10% 정도를 차지하는 10대 수술에 대해서는 의사들간에 논란이 많다.

10대는 신체적, 감정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쌍꺼풀 수술을 받아 예쁘게 변한 친구를 보면, 자신도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환상을 키우며, 같은 반 친구들이 10여 명도 넘게 같은 성형외과 의사를 찾기도 한다.

박현 성형외과 박현 원장은 “쌍꺼풀 수술 시기는 초등학교 4~5학년 이후부터는 가능하지만 코수술은 만16세, 얼굴윤곽수술은 만 18세, 지방흡입은 20대에 들어선 이후에 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한편 만 14세 여중생에게 가슴 축소 수술을 시행했던 네오성형외과 심형보 원장은 “환자가 자신의 얼굴에 대해, 성형수술에 대해 충분히 오래 고민한 다음 수술 여부를 선택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말했다.

그는 “눈, 코의 성장이 15~16세면 끝나므로, 미국성형외과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10대 후반은 성형수술의 제한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면, 고등학생 정도에서도 얼마든지 수술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너무나 큰 가슴으로 심한 컴플렉스를 겪고 있다면 성장기에 있더라도 차라리 축소 수술을 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무조건 환상은 금물

성형수술을 받겠다는 10대의 욕망은 일시적일 수 있다.

따라서 훌륭한 의사라면, 수술에 앞서 환자와충분한 상담을 통해 수술받지 않아도 될 환자를 잘 가려내야 한다.

심 원장은 환자의 동기를 미용성형수술의 중요한 조건으로 강조한다.

심 원장은 “환자스스로 미용성형수술에 대한 강렬한 동기를 가지고 있어야 수술 후 회복도 빠르고, 고통도 적고, 만족도도 높다”면서 “가족을 기쁘게 하기 위해, 남자친구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겠다는 환자는 모두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얼굴의 사소한 결점에 대해서도 너무 집착해 신경을쓰거나, 성형수술로 얼굴에 기적이 일어날 것을 기대한다면, 차라리 받지 않는 게 좋다고 권유하고 있다.

큰바위 얼굴이 ‘CD 크기’의 송혜교 얼굴로 갑자기 뒤바뀔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용성형수술은 외모를 바꾸는 수술이라기보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수술로 인식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정도언 교수는 “극히 일부분이지만, 너무 성형외과 수술에 집착할 경우, 정상적인 용모를 지녔는데도 자신의 코가 비뚤어졌느니, 얼굴이 찌그러졌으니 하면서 망상에 가깝게 성형수술을 되풀이해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신과영역에서는 이를 ‘신체이형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라고 분류한다.

또 성형수술 후 만족할 만한 효과를 거둘 수도 있지만, 실망하거나 후회할 수도 있으며, 어쩌면 후유증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어린 시절에 미용성형수술을 서둘러 받을 필요가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시대별로 미의 기준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과거 유방수술은 A컵이 바람직한 스타일로 여겨졌으나 최근 풍만한 가슴이 유행하면서 B컵 크기가 많이 시행되고 있다.

또 최근 삽입하는 유방성형 보형물은 10년 전에 비해 약 36%나 크다.

쌍꺼풀도 자연스런 눈이 유행하면서 수술 표시가 거의 나지 않는 매몰법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최근엔 눈의 가로 길이를 늘리기 위해 눈꼬리 부분이나 눈 안쪽의 몽골 주름을 절개한 후 쌍꺼풀 수술을 하기도 한다.

과거 무조건 높은 것이 미덕이었던 코수술은 이제 뾰족한 콧등보다는 버선코처럼 살짝 코끝이 강조되는 스타일이 선호되고 있다.

■수술전 충분한 탐색 필요

성형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기 위해선 환자도 사전에 많은 정보를 모으는 것이 좋다.

인터넷의 다양한 성형외과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몇몇 성형외과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미리 충분히 수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클리닉 나인의 김은희 홍보실장은 “일부 성형외과는 더 많은 환자를 유인하기 위해 인터넷상에서 브로커를 고용, 환자를 가장해 특정의사를 무조건 칭찬하거나 다른 의사를 헐뜯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성형외과 이민구 원장은 “수술방법보다는 결과에 대해 환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많은 환자들은 무슨 방법으로 수술할 것인지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시술 경험이 풍부하고, 수술성과도 좋은 의사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오랜 명성을 자랑해도 경우에 따라선 낡은 기술을 고집하고 가슴에 불필요한 절개선을 남길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심형보 원장은 “최근 여러 명의 성형 전문의들이 공동개원해 눈, 코, 가슴처럼 전공별로 분업해서 시술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면서 “이런 병원의 의사들이 숙련돼 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또 프리랜서 마취과 전문의보다는 마취과의사가 상주하는 병원을 찾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

■美 청소년 성형수술,전체성형의 2%뿐

미국의 청소년의 성형수술 빈도는 전체 성형수술의 2%밖에 안된다.

98년 미국성형외과학회 통계에 따르면, 성인 미용수술은 6년 전에 비해 3배나 늘었지만, 청소년 수술은 98년 2%정도로 92년 4%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다.

미국 청소년들에게 시행된 성형수술은 미용 성형이라기보다는 신체적 결함을 교정하는 재건수술. 코 성형수술이 10대 성형수술의 3분의 1을 차지, 가장 높은 빈도를 나타냈으며, 이어 유방축소수술, 남자청소년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여성형 유방증 교정술, 유방확대수술,귀 기형수술, 지방흡입술 순서로 시행됐다.

유방확대수술은 약 2배가 증가했으나 비대칭을 교정하기 위한 수술이었다.

여성형 유방증은 호르몬 불균형이원인이 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20세 이상이 되면 자연 치유가 되지만, 10대 청소년들에게는 제법 심각한 고민을 안겨다주는 질병이다.

성별로 구분해보면 10대 여성의 유방성형수술의 68%가 유방축소술로 나타나, 흥미롭다. 우리는 유방확대수술이훨씬 많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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