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과 경기 안양시 평촌을 승용차로 오가며 자영업을 하는 최모(43)씨는최근 속도위반 스티커를 받아본 뒤 분통을 터뜨렸다. 같은 도로인데도 행정구역에 따라 제한속도가 달라 억울하게 피해를 보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최씨가 주로 다니는 길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거쳐 과천-의왕간 고속도로, 남태령 또는 경부고속도로 양재 IC로 빠지는 구간이다. 이중 문제가된 곳은 남태령 고개. 같은 도로인데도 불과 100㎙ 간격을두고 제한속도가 시속 20㎞나 차이가 나는 바람에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최씨는 무인단속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남태령고개지점은 편도 4차선 도로지만 서울시계로 진입하면 제한 속도가 시속 80㎞에서 60㎞으로 갑자기 줄어들었기 때문이다.편도 2차선의 과천-의왕간 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이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는대부분 시속 90㎞인데, 과천시 지역으로 들어서면 도로는 편도 6차선으로 넓어지지만 제한 속도는 오히려 시속 80㎞로 줄어든다. 초행길 운전자들은 그때마다확 트인 도로를 보면서 급브레이크를 밟기 일쑤다.
더욱 큰 문제는 과천-의왕간고속도로 과천 지점에서 남태령고개까지 불과 3㎞구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10만여대씩다니는 이 구간에서 제한속도가 무려 30㎞나 차이가나 위반 차량이 매일 150~200여건씩 나온다. 남태령고개에서 적발된 속도위반 건수는 지난 한해 동안 7만1,000여건에 이르러 서울시 평균 단속 건수(4,800여건)의 20배 가까이나 됐다. 또 무인단속기를 피하려다 매월 2~3건의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도 남태령고개나 과천지점에서 무인단속기에 걸리고 나서야 지점마다제한속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한다.
회사원 이모(33·경기 군포시 산본동)씨는 과천-의왕 고속도로를 거쳐 남태령고개를 넘어 서울로 진입하다 하루에 세 차례나 적발되기도 했다.
제한속도에 차이가 나는 또 다른 곳은 경기 안양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시흥대로. 불과 50m 간격을 두고 제한속도가 20㎞ 차이가 나 운전자들을 혼돈스럽게 만든다.
이처럼 서울시계로 진입하면 제한속도가 줄어드는 이유는 제한속도 설정 기준이 서울과 경기도간에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도로의 차로 수를 기준으로 제한속도를 정하고 있는 반면, 서울 지역은 도로설계 당시 정한 최고 속도기준과 혼잡도 등을 감안해 차량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시의 편도 2차선 이상 도로는 교통사고 예방차원에서 대부분 시속 60㎞이하로 제한돼 있다.
적발된 운전자들은 이런 상태를 방치한 교통당국의 무책임을 성토하지만 빠른 시일내에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도의 속도제한 규정이 달라 운전자들의 이의신청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발뺌하고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제한속도가 갑자기 줄어든 지점에 완화구간을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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