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마음까지 불에 데었을까, 그것이 가장 큰 걱정이에요.”지난 11일 새벽 뒷집에서 난불이 옮겨 붙어 조립식 건물 내부가 전부 타버린 서울 관악구 신림7동 난곡재개발지구의 ‘꿈나무 공부방’ 대표 최보경(崔寶景ㆍ40)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11년동안 일구어 놓은 자신의 ‘꿈터’가 잿더미로 변했지만, 그 보다는 아이들이 공부하고 놀며 꿈을 키울 공간이 한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화재현장을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는 저를 오히려 위로 하더라니까요.”
최씨는 아이들의 대견스런 모습에서 다시 힘을 얻는다.
불은 삽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갔다. 아이들이 공부하던 책ㆍ걸상을 모두 태웠을 뿐 아니라, 어렵게 마련한 컴퓨터 온풍기 에어컨 등 집기과 학습기자재들을 모두 삼켜버렸다.
하지만 최씨가가장 아까워하는 것은 11년간 돌봐온 아이들과의 추억이 담긴 자료와 사진들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화재로 꿈나무공부방은 2,0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봤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는 아파트 1평값에 불과하지만, 불로 50여명의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졌다.
“방학이라 아이들이 하루종일 공부방에서 놀면서 공부도 하고 밥도 먹고 그랬는데…. 이래저래 난곡의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 것 같아요.” 최씨는 못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원상복구를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돈 문제로 그마저도 쉽지 않다.
대학 졸업후 빈민활동을 하던 최씨가 남편과 함께 저소득층 밀집지역인 이 곳에 초등ㆍ중학생 아이들의 방과 후 생활지도를 위해 공부방을 세운 것은 1991년.
공부방은 난곡아이들에게 공부방 이상의 존재였다. 대부분 맞벌이 부모를 둔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학원이었고 점심과 저녁을 해결할 수 있는 보금자리였다.
“꿈나무들이 시들까 걱정이에요. 하루라도 빨리 웃음이 넘치는 따뜻한 보금자리를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불탄 집기를 정리하는 최씨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혔다. 꿈나무 공부방 (02)868-3117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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