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미국 AIG 그룹간의 2년 여에 걸친 현대투신증권 등 현대 계열 3개사 매각 협상이 끝내 결렬된 것은 충격적이다.언제든지 깨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 협상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경우는 그 동안 정부가 계속 완전 타결을 자신해 왔던 것이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정부는 AIG가 현대투신증권 등의 미래 발생 가능 추가 손실에 대한 완전 보장 등 받아들이기 힘든조건을 요구해 수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AIG측도 기한을 연장하면서 협상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협상은 상대가 있어 자신이 아무리 잘 했다고 해도 결렬될 수가 있고, 정부는 '국익' 운운하지만, 이번 협상 결렬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지만 협상력 부족 탓에 그러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정부와 AIG 사이에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지 하루 만에 AIG는 현대증권 우선주 발행가격이 너무 높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향후 협상의 어려움을 걱정했지만, 정부는 상대방의 협상 전술이라며 가볍게 넘겼다.
정부 전략은 '빨리 매각하는 것' 밖에는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졸속이라는 비판은 그래서 지속됐다.
다음으로 정부의 지나친 자신, 오만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가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자 협상에서 우위에 섰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카드를 보여주고 난 다음인데도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협상에 임했다.
무슨 까닭인지 경제 부총리와 금감위원장은 협상 결렬 직전까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되풀이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을 기만했다.
이번 협상은 기업ㆍ금융 구조조정의 한 매듭이었다는 점에서 결렬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AIG측도 국제적 신뢰도에서 큰 타격이 예상되지만, 정부는 더욱 심각하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대우차와 하이닉스 반도체 등 다른 기업의 매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우려된다.
정부는 조만간 다시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똑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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