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월말부터 두 달간 평양에서 열리는 ‘아리랑’공연 관람을 허용키로 한 것은 이를 상품화하려는 북측의 의지를 활용,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겠다는 포석이다.북측의 행사에 어느 정도 동조해 줌으로써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도 새롭게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관계복원
정부 당국자는 “올해는남북 모두 잔치의 해”라면서 “북측이 야심적으로 추진중인 아리랑이 정체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이 자체 행사로 돈을 벌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라며 “남쪽의월드컵 행사와 연계, 상호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아리랑 공연 관람에 대한 우리의 신축적인 조치에 북측도 호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무기연기된 4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쌀 지원 등을 논의할 2차 경협추진위, 중단 위기에 몰린 금강산관광 관련 당국회담 등을 조속히 열어 6차 장관급회담결렬의 앙금을 털어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5일 서울서 열리는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 내달 19~21일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방한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월드컵-아리랑 연계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 방침을 설명, 주변국의 협력을 얻어낼 예정이다.
▼연계방안
정부는 남측인사 및 중국인 등 외국인들이 아리랑 관람에 나설 경우에 대비, 다각적인 수송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경의선이 월드컵 이전에 개통돼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의선연결에 대한 북측의 태도가 아직 불분명한데다, 당장 공사를 시작하더라도 3개월 내에 마무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중국의 월드컵 관광객을 평양을 거쳐 경의선을 이용해 서울로 오게 하려는 계획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보인다. 정부는 경협추진위 등이 재개될 경우 서해항로 연결 등 보다 안정적인 연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걸림돌
정부의 ‘아리랑 개방’방침이 실현되기 까지는 적지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지난해 8ㆍ15 평양축전 때와 같이 행사 참가를 놓고 심각한 남남 갈등이 빚어질 수도있다. 관건은 아리랑의 내용이다.
아리랑이 2000년 노동당 창건 55돌 기념 매스게임인 ‘백전백승 조선노동당’처럼체제선전 일색이라면, 남측 인사의 관람 허용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원래 ‘첫 태양의 노래’였던이 매스게임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아리랑’으로 이름을 고쳐 상품화한 것으로 미뤄 볼 때, 민족정서를 강조했을 가능성이 높을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당국자는 “남측관람객의 신변안전 문제는 외국인과 동일한 입장에서 접근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공연내용을 파악하고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아리랑 공연은
'아리랑' 은 북한이 상품화한 초대형 매스게임(집단체조) 공연. 4월29일부터 6월29일까지(일요일제외) 평양 능라도 5ㆍ1경기장(15만명 수용)에서 펼쳐지며, 출연진만 10만명이 넘는다. 노동신문은 “기회를 놓치면 일생을 두고 후회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외국인유치를 위해 북한은 전세기 제공을 추진중이며, 평양ㆍ묘향산ㆍ개성관광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입장료는 300달러(특등석)에서 50달러(3등석)까지 4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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