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부총재는 17일 서울 삼성동 자택을언론에 첫 공개하면서 기자들에게 자기로 만든 계영배(戒盈盃) 하나씩을 선물했다.박 부총재는 저녁식사 전 상에 놓인 계영배를 소개하면서 ‘차서 넘치는 것을 경계하는 잔’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에 연재된 소설 ‘상도’와 이를 토대로 한 TV드라마를 통해 알려진 계영배는 7부 조금 못 미치게 술을 따르면 새지 않지만, 그 경계를 넘어버리면 잔 밑부분에 나 있는 구멍으로 모조리 술이 흘러내려 버린다.
박 부총재는 “계영배 하나에도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면서 “이 잔은 매사에 지나쳐선 안 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굳이 첨언했다.
박 부총재의 ‘계영배 강의’는 다분히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겨냥한 듯 했다.
이 총재가 이날 오전 연두기자회견에서 박 부총재 등 비주류측이 요구한 대통령 선거 전 당권-대권분리, 집단지도체제 도입, 국민참여 경선제 실시 등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계영배’는 따라서 “넘치는 권한을 가지려 하면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할 수 있다”는경고성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10부-10부로 가득 넘치게 만드는 ‘이회창식 폭탄주’를 함께 겨눈 것 아니냐는 호사가적 해설도 일부 있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