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업계에 리베이트(특별이익 제공) 관행이 판을 치고 있다. ‘제값내고보험 드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는 불문율이 이미 업계에 공식화 돼있다.20~40% 보험료 할인에서부터 법인카드 제공, 회사채 고가매입 등 음성적인 자금지원에 이르기까지 그 수법도 다양하다. 금융연구원에따르면 화재보험의 경우 계약 10건중 8건은 보험료의 30%를 리베이트로 제공하고 있으며, 1999년 회계연도 손보사들의 리베이트 금액은6,84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는 결국 정상적으로 보험계약을 한 가입자들의 몫을 뺏아 다른 가입자들에게 나눠주는 꼴. 보험사 부실을 초래할 뿐아니라 다른 선량한 가입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사업비 지출이 과다한 리젠트 국제 쌍용 신동아 등 일부 손보사에 대해특별검사에 나서는 한편, 750개 대리점에 대한 밀착감시에 착수했다.
■법인카드 제공에서 회사채 고가매입까지
생보사들이 보험가입을 조건으로 제공하는 보험료 할인이나 첫보험료 대납, 선물 제공 등 서비스는 손보사들이 기업들에게 음성적특혜를 주는 것과 비교하면 ‘애교’ 에 가깝다.
손보사들의 가장 흔한 수법은 본사에서 계약을 하고도, 보험대리점이계약을 한 것처럼 가장하는 소위 ‘경유처리’. 본사직원이 모집한 보험계약에는 수수료가 지급되지않지만 보험대리점을 통할 경우 수수료가 책정되기 때문에, 이를 리베이트로 돌리는 수법이다.
A화재는 2000년 12개 건설회사와 보험금 1,000억원, 연간보험료 5억원인 건설공사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대리점이유치한 것처럼 꾸며 이 대리점에 5,900만원을 수수료로 지급했다. 이 대리점은 이중 3,800만원을 건설회사들에게 리베이트에 줬다가 금감원에적발됐다.
일부 손보사들이 보험계약 조건으로 자금지원까지 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 매각작업이 진행중인 대신생명은 13개 기업에서451억원 규모의 보험을 유치하면서 그 대가로 회사채를 고가에 매입해줬다가 46억원의 매각손실을 봤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이나관공서 등의 기업성 보험은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거의 없는 우량물건이기 때문에 20~40%의 리베이트제공은 관행처럼이뤄지고 있다”며 “수천만원 한도의 법인카드를 리베이트로 주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손보업계부터 집중단속
이에 따라 금감원의 우선 사업비 지출이 과다한 손보사들에 대한 특별검사에 들어갔다.
금감원에 따르면 손보사들은 지난 2년6개월동안 예정보다 3,570억원이나 많은 사업비를 지출했다. 특히 자동차보험 가격자유화가도입된 지난해 상반기(4~9월)에만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양화재 등을 제외한 9개 손보사가 410억원의 사업비를 예정보다 초과했다. 사업비 초과는 그만큼 리베이트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반증이며,이는 결국 보험료 인상, 보험사 부실 등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또 750개 매집형 대리점에 대해서도 밀착감시에 들어갔다. 매집형 대리점이란 직접 보험모집을 하지 않고 소형대리점이모집한 보험계약을 다시 매입, 수수료를 받고 보험사에 매각하는 곳. 매집형 대리점의 경우 일반 대리점보다 협상력이 크기 때문에 보험사에 대해 통상15~20%까지 수수료를 요구하게 되며 이중 상당액은 리베이트로 흘러가게 된다.
그러나 금융연구원 정재욱(鄭宰旭)부연구위원은 “리베이트가 워낙 음성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감독당국의 단속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결국 보험사간 상품과 가격 등의 차별화를 유도, 보험시장을 선진화시키는 길 뿐이다”고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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