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주류 측은 17일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연두기자회견에 대해 “총재의 상황인식에 심각한문제가 있다”며 강한 실망을 나타냈다.특히 대선후보와 당권 분리ㆍ집단지도체제 도입 등 비주류의 핵심 요구사항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보인 데 대해“기득권에 연연하며 무슨 개혁을 하겠느냐”고 반발했다. 또 이 총재의 의견이 당 쇄신기구인 선준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 될까 우려하는 기색도 엿보였다.
이날 광주를 방문했던 박근혜(朴槿惠) 부총재는 “이 총재가 정당개혁 의지가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집단지도체제 문제 등에 대해 “총재의 사견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면서 “이 문제들은 선준위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 선준위에서 목소리를 높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도 “3김 시대의 퇴장과 더불어 제왕적 대통령과 제왕적 총재를 극복하는 정당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일치된 바람”이라며 “총재의 발언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부총재는“총재의 인식이 이런 상황에선 선준위 활동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참여할 인물을 추천하지 않았다”고 냉소해 선준위에 적극적인 박 부총재와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이 총재의 회견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 수사로 끝난 말잔치에 불과하다”고 격렬히 비난했다. 그는 이 총재의 당권-대권 분리 약속에 대해선 “진일보한 면은 있지만 ‘펜티엄 4’ 시대에 ‘펜티엄 3’로 손님을 끌 수 없지 않느냐”고 큰 점수를 주지 않았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조만간 김 의원과 박ㆍ이 부총재 등이 다시 만나 공동의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민·자 "알맹이 없네"합창
민주당과 자민련은 17일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회견에 대해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별 내용도 없고 호소력도 떨어진다”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 지방선거와 대선의 공정한 실시 등 국민의 정부가 지향하는 국정목표나 과제와 일치하는데 크게 안도한다”면서 “하지만 회견에 이들 목표를 달성할 수단이 무엇인지,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한 술 더떠 “기대하지는 않았으나 립 서비스라도 덕담을 할 줄 모르는 속 좁은 성격이 그대로 나타난 데 대해 실망했다”며“새로운 내용도 없는 속 빈 강정 같은 회견을 뭐 하러 했는지 모르겠다”고 대놓고 비난했다.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총무는 “집권 후 구상으로 비칠 정책만 나열할게 아니라 제1당 총재답게 눈 앞의 이해 타산만 따지지 말고 포용력을 갖는 정치부터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운영(柳云永) 수석부대변인은“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구태의연한 내용과 비판으로 일관한 데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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