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17일 연두기자회견에서 던진 화두는 ‘국가혁신’이다.이 총재는 회견문 첫머리에 “이대로는 안된다. 변해야산다”며 사회 각 부문에서의 총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 정권 교체의 당위성을 부각시켰다.
회견문에는 지난해 연두회견을 비롯, 이전 기자회견때와는 달리 대여(對與) 성토가 확연하게 줄었다.
대신 정치 개혁, 과학기술 혁신, 대북 정책 등과 관련, 대선 공약을 나열하듯 조목조목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경제 회생과 관련해서는 초당적 협력도 약속했다.
“수권 정당 이미지 부각을 위해 부정적인 내용은 되도록 삼갔다”는 설명이다. 다만 권력형비리 의혹에 대해선 특검제 도입을 촉구하는 등 단호한 척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이날 그 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던 당권-대권 분리와 관련해서는 “분리를 하되, 대통령이 된 뒤 총재직을 분리하겠다”고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했다.
또 불공정 경선에 대한 비주류측의 우려를 감안, 경선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총재권한대행 체제를 가동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이 총재는 당내 비주류의 집단지도체제 도입 요구와 관련해서는 부정적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이 총재는 “국가혁신위에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개인 의견으로는 대선 전에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는 데에는동의할 수 없다”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
당초 당 안팎에서는 “이 총재가 이에 대해서는 두루뭉실하게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 몇몇 당직자들과 젊은 보좌진 들은 “중립적인 화법을 구사,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게 낫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전날 밤 최종 회의서 대선 전 당권-대권 분리를 강하게 반대해 온 주변 측근들이 강하게 진언, 결국 이 총재는 다소 단정적인 언급을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날 회견장의 자리 배치 등에 신경을 썼다.
젊은 사무처 당직자를 이총재의 회견장 단상 바로 뒤에 앉히고, 부총재단과 주요 당직자 의원 등을 가장자리로 배치, ‘젊게 변해가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다.
카메라앵글의 뒷 배경이 되는 벽에는 파란 하늘 바탕에 하얀 구름이 걸려있는 대형 걸개 그림을 걸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李총재 일문일답
_국민경선제 도입 의향은.
“국가혁신위에서 검토하고있다. 좋은 제도이나 과열 및 돈 선거 등의 혼탁 양상도 우려된다. 민주당의 국민경선제는 국민 일부를 입당케 하는데이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
_비주류 등이 요구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수용하는가.
“집단지도체제가 민주적이고총재 제도는 비민주적이라는 흑백 논리가 지배해서는 안 된다. 각각 장ㆍ단점이 있다. 과거 집단지도체제의 단점은 계파보스가 공천권과 인사권을 나눠먹는다는 것이다.”
_전당대회서 대선후보와 총재직을 분리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대통령직과 총재직을분리하는 것과 야당에서 대통령 후보와 대표직을 분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대통령과 총재의 분리는 권력 집중으로 막자는 데서 출발한다.
누가 대선 후보가될지 모르지만 후보와 총재의 분리는 적절치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대선 후보가 된 뒤 총재로서 당을 이끄는 것이 민주화와 개혁에 지장을 주는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거를 위해 같이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고 목적을 이루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_대통령직과 총재직 분리의 구체적 시점은.
“대통령이 된 뒤에 가급적빠른 시일 안에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적까지 떠날 필요는 없다”
_총재선출 전대와 대선후보 선출 전대를 분리하자는 주장이 있다.
“선택 2002 준비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다.”
_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게 공을 들이는 것 같다.관계가 나아졌는가.
“정치적 시각으로 보지말아달라. 그분과의 인연으로 감사원장과 총리를 지냈고 정치에도 들어왔다. 그런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_특검제 상설화는 반대하는가.
“특검제 상설화로 옥상옥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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