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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으로] 퇴계로 애견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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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으로] 퇴계로 애견의 거리

입력
2002.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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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대한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퇴계로를 따라 걸어가던 여대생 정모(20)씨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춰졌다.한 애견센터의 진열대에 올망졸망 서성이는 강아지들이 시선을 붙잡았기 때문.

서로 엉켜 뒹굴거나 곤하게 잠든 강아지들을 보며 “어쩜 저리도 귀여울까” 감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고개를 둘러보니 주위는 온통 애견센터들로 가득한 ‘강아지 천국’이다.

지하철4호선 충무로역에서 훈련원로에 이르는중구 퇴계로 4, 5가는 애완견 전문점 50여곳이 밀집한 국내 최대의 ‘애견 거리’다.

애완견을 사고 파는 애견센터 40여곳을 비롯해 털을 깎거나 목욕 등을 시켜주는 애견미용학원 6곳, 건강진단과 예방접종 치료 등을 담당하는 동물병원 6곳, 전국의 애완견 거래가 집중되는 경매시장 3곳 등 애완견을 기르는데 필요한 모든 시설이 집중돼 있다.

이곳에 전문 애견센터가 자리잡은 지는 40년이 넘는다.

명동의 애견센터 몇몇이 1960년대 초에 이곳으로 옮긴 이후 하나 둘씩 늘어나 지금은 퇴계로5가 오토바이전문상가의 상권을 위협할 정도다.

60, 70년대 당시 영화의 메카였던 충무로와 인접, 애완견의 주고객인 영화배우나 젊은층들의 왕래가 잦았던것이 시장형성에 도움이 됐다.

최근엔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대형화로 손님을 끌고 있다.

이곳에서는100% 순종만을 취급하는데 시츄 치와와 푸들 등 소형 종(種)부터 진돗개 도베르만 시베리안허스키 등 대형 개까지 수십여 종을 만날 수 있다.

요즘엔 영화 ‘캣츠 앤 독스’에 나왔던 비글이나 코커스파니엘 시츄 등을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고, 말티스 요크셔테리어 치와와 등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고 상인들은 귀띔한다.

가격은 시중에 비해 10~20% 저렴한 수준. 최근 애완동물 바람이 일면서 값이 많이 올랐다.

생후 60일 짜리 말티스 수컷이 50만원대(암컷 65만~70만원)대 이고, 시츄나 코커스파니엘은 수컷 45만원(암컷 60만원), 푸들 수컷 30만~40만원(암컷 40만~50만원)선.

하지만 잘 생긴 시츄의 경우는100만원을 넘는 등 같은 종자라 하더라도 생김새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또함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동물병원과 애완견용품 등도 시중에 비해 저렴하다.

종합백신 코로나(장염예방) 피부병예방주사 3건을 합쳐 1만5,000원에 가능하고 개집 사료 간식류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해외로도 소문이 퍼져 강아지 옷ㆍ신발 등을 사러 일부러 찾아오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많다.

애완견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 상태. 최근 들어 유통물량의 60~70%는 전문 번식업자들로부터 경매장을 통해 유입되는데, 수의사의 건강검진을 통과한 애완견만이 거래되므로 믿을만 하다.

한국동물보호회 윤신근(尹信根ㆍ48) 회장은 “애완견은 눈이 맑고 코가 축축하며, 잇몸이 핑크색인 건강한 것을 고르고 구입 후반드시 동물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매년 5월이면 퇴계로 애견상가번영회 주최로 희귀 견종(犬種) 전시회, 주인 닮은 개 선발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의 애완견축제가 열린다.

김수봉(金壽鳳ㆍ45) 회장은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퇴계로 애견거리는 ‘개고기 코리아’의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관광자원”이라며 “월드컵 등을 대비해 인근 동대문시장 명동 등과 연계되는 문화의거리 육성에 당국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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