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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삼성 판결' 투명경영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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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삼성 판결' 투명경영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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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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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말 수원지법은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소액주주 22명이 삼성전자 전ㆍ현직 이사 9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모두 977억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이번 판결은 부실대출 은행이 아닌 일반 기업을 상대로 한 주주대표소송의 첫 승소판결이자 전ㆍ현직 이사들이 배상해야 할 금액이 1,000억원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기업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판결"이라고 반박하고,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임원들이 경영판단 원칙에 따라 소신 있게 결정한 사안에 대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처벌할 경우 경영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경영판단의 경우 직관이나 착상과 같은 경영자의 '암묵적 지식'에 의존하기 때문에 법원이 그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려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구미에서 '경영판단의 불간섭원칙'이라는 법원칙이 형성되었으므로 이번 판결은 졸속재판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법원칙은 경영진이나 이사들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까지를 면책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 의사결정을 한 재벌 총수와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폭 넓게 인정한 것이다.

또한 재벌의 부당내부거래와 이사회의 '거수기' 역할에 대한 책임을 물은 데다 동시에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재확인해 준 것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재계에서는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이번 판결로 이사들이 책임을 지고 소신껏 의사결정을 하지 못할 가능성 등 임원들의 '몸 사리기'와 같은 경영활동의 부정적 파장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반면 그 동안 주주나 회사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오너 위주의 경영을 해온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내심 반기는 시각도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은 기업들의 투명 경영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량 계열사가 부실 계열사를 지원해주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막는 데에도 어떤 정책보다도 효과가 큰 제도적 기틀이 마련될 수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미국의 테러사태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국회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이나 지배구조가 최하위권으로 평가되는 시점에서 아무런 보완조치 없이 재벌의 규제완화만 시행하는 것은 경기부양과 경쟁력강화 측면을 생각하더라도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지난 해 외국인투자액이 전년 대비 무려 30%나 늘어나고, 7%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경영실적 등에 비해 주가가 형편없이 저평가되어 있고 외자유치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경영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것이 모든 외국인 투자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주대표소송으로 이사들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지웠지만 소액주주의 재산상 피해를 보상받지는 못한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집단소송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또한 주주대표소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1주만 갖고 있어도 소송을 낼 수 있는 단독주주권을 인정해야하고, 소송비용도 소액으로 정액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판결로 경영진이 대규모 투자 등 리스크가 따르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지는 등 보신경영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임원배상책임보험'의 포괄가입으로 경영진이 안심하고 책임경영을 할 수있게 해야 한다.

*이 기고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강명헌 단국대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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