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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일기' 인터넷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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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일기' 인터넷서 부활

입력
2002.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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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일기’가 인터넷에 뜬다.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ㆍ국보 제303호)는 지난해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한국 기록 문화유산의 백미.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이성무)는 17일 승정원일기를 디지털화해 인터넷 웹 서비스를 2월초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지난해부터 10개년 계획으로 총 150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인 ‘승정원일기 원문 디지털화 작업’의 첫번째 성과로 역사학계의 숙원을 푸는 학술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인터넷에 올리는 부분은 8책(효종 8년)~17책(숙종 15년)으로 현존하는 승정원일기(총 3,245책ㆍ인조~순종)의 15분의 1 분량이다.

이미 디지털화가 끝난 앞부분 1책(인조 1년)~7책(효종 7년)도 일부 보완을 거쳐 조만간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해 9억6,000만원을 투입해 18책(숙종 16년)~28책(숙종 46년)의 전산화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승정원일기 웹 페이지는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kuksa.nhcc.go.kr)를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역사학계는 “우리 기록문화 전통을 보존하는 한편 이의 세계화와 학술적, 교육적 활용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승정원일기는 역사의 현장을 그 자리에서 생생하게 기록한 ‘역사속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역사서’라고 한다면 승정원일기는 ‘역사 비디오 테이프’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입체적인 기록을 담고 있다.

왕의 비서기관인 승정원 소속 관리 주서(注書ㆍ종7품)가 왕 옆에 앉아 매일 이루어지는 정사(政事)를 빠짐없이 기록한 ‘현장기록물’이기 때문이다.

1개월 단위로 책으로 묶어 공개함으로써 국정의 참고서 역할을 했던 승정원 일기는 현장성, 객관성, 사실성, 기록성 등이 장점이다.

승정원일기는 분량도 엄청나다. 조선 500년 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의 4배가 넘는다.

2억5,000만자에 이르는 분량으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소실된 전기(前期) 기록까지 남아 있다고 가정하면 무려 6,400여 책에 이른다.

이처럼 방대하고 초서로 쓴 탓에 승정원일기에 대한 개인적인 연구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성무 위원장은 “2010년에 끝나는 승정원일기 전산화 작업은 많은 예산과 숙련된 전산인력, 전문인력 등 3박자가 갖추어져야하는 어렵고도 큰 일”이라며 “승정원일기 전체가 100층짜리 건물이라면 이제 막 4층을 올린 셈”이라고 말했다.

■승정원일기 속기 어떻게

승정원일기는 오늘날로 말하면 청와대에서 이루어지는 대통령 집무 내용을 빠짐없이 정리한 속기록이다.

‘속기사’인 주서(注書)가 임금 옆에 앉아 눈앞에 벌어지는 대화와 상황을 글로 받아 적었다.

주서는 오늘날에도 어려운 속기를 어떻게 해냈을까. 붓으로, 그것도 한문으로 속기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었다. 신하들이 왕에게 보고할 때 목소리가 작거나, 말이 빠르거나, 여럿이 한꺼번에 말하면 아무리 귀신같은 주서라도 받아 적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중종 31년에는 당시 좌의정 김안로가 신하가 큰 소리로 아뢰게 하되 임금 앞에서 지나치게엎드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주서는 초책(草冊)이라고 하는 일종의 속기록장부 겸 비망록을 준비해 어려움을 극복했다.

즉 초책에 자신이 알아볼 수 있는 필체로 빠르게 적었다가 나중에 다시 정리하는 것이다.

미처 다 받아 적기 어려울 경우에는 대강만 메모했다가 기억을 되살려 추가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겼다.

주서들은 대화뿐만 아니라 분위기 등 주변 상황까지 서술함으로써 승정원일기는 ‘역사비디오 테이프’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승정원일기 디지털화는 우선 원문 초서를 해서로 바꾸고(탈초ㆍ脫草) 이를 유니코드화해 한 자 한 자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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