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제자와 공자의 제자가 만나 스승의 말씀을 거울 삼아 서로를 비추어보았다.‘성서 옆에 논어 놓고 논어 옆에 성서 놓고’(성서와 함께 발행)는 동양철학을 공부한 최기섭 신부(48ㆍ가톨릭대신학대 교수)와 김형기 박사(44ㆍ서울 서라벌고 윤리 교사)가 성서와 논어를 나란히 놓고 예수와 공자 두 스승의 가르침을 오늘의 삶에 접목해 풀이한 글 모음집이다.
신부는 성서에 비추어 논어를 읽고, 유학도는 논어에 비추어 성서를 읽었다.
그 과정에서 서로 통함과 갈라짐, 부닥침을 발견하면서 스승의 가르침을 더 넓고 깊게 새겨보는 시간을 가졌다.
둘이 번갈아 글을 써서 월간 ‘성서와함께’에 지난해 말까지 3년간 연재한 것을 묶었다.
책은 ‘하늘과 하느님’ ‘아버지의 뜻과 천명’ ‘율법과 예악’ 등 주제별로 논어와 성서에서 대표적인 구절을 뽑아 제시한 뒤 거기 담긴 가르침을 풀이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피고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구체적 의미를 되새긴다.
그리하여 ‘예수를 닮아, 공자를 따라’ 사는 참된 삶의 자세를 돌아보고 있다.
저자들은 두 경전의 핵심 가르침인 예수의 사랑과 공자의 인(仁)을 실제로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경전 따로 생활 따로’가 아닌, 경전의 가르침대로 사는 삶을 강조하고 있다.
두 사람은 “논어와 성서를 나란히 읽는 것은 둘을 비교해서 키재기 하려는 게 아니라 공통점을 찾아 서로 나누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특정 종교나 사상에 갇히지 않고 열린 자세로 상대방을 인정하는 너그러움이 이 책의 미덕이기도 하다.
최 신부는 “논어는 한국인의 삶을 지배하는 유교사상의 핵심 경전이라는 점에서, 논어와 성서의 경전 대화는 그리스도교 신앙 토착화를 위한 작은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그는 “명상과 생활, 수양에 필요한 지혜를 논어와 성서에서 찾아낸 책”이라고 설명한다.
유학도이면서도 개신교 집안에서 자라 성서에 친숙한 김씨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유학의 힘이 떨어졌지만, 공자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분명히 보편적 가치를 갖고 있다”며 “그것을 확인하고 오늘의 언어로 전하는 데 성서가 또 다른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본다.
두 사람의 경전 대화 내력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신부는 사제서품을 받고 3년 뒤인 그 해 성균관대 유학과에 편입했다.
거기서 김씨를 만나 대학원까지 함께 공부하면서 많은 대화를 했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 20년 가까이 우정을 나누고 있다.
이 책에 실린 30여 편의 글은 쉽고도 간결한 문장으로 쓰여졌으며, 차분한 성찰의 기회를 준다.
최 신부의 글은 신학 논문을 써온 학자답게 짜임새 있고 탄탄한 반면, 김씨는 문학적 감성이 넘치는 온화하고 향기로운 글을 선보이고 있다.
논어와 성서에서 출발한 두 사람의 대화는 이제 성서와 주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올해부터 월간 ‘성서와 함께’에 경전 대화 시리즈 둘째 권으로 ‘성서와주역’ 연재를 시작했다.
최기섭 신부(왼쪽)와 유학도 김형기씨. “경전 읽기의 참뜻은 실천과 따름에 있다”고 말한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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