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 공룡기업 엔론사 파산사건은 워싱턴 정가에서 주기적으로 반복해온 초대형 스캔들의 불가해한 요소를 이어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워싱턴포스트는 16일 ‘워싱턴 스캔들의본질’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근 터진 각종 스캔들은 복잡형과 단순형으로 나눌 수 있으며, 엔론 사건은 전자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복잡한 스캔들은 고위공직자가 의혹에 휘말리면 곧 이어 문건이 폭로되고 언론의 기사화와 의회 청문회 등을 통해 확대되는 구도를 띤다”며 “단순한 이야기에 사실과 비난이 보태지고, 다양한 주연과 조연이 등장하면서 사건의 핵심은 없어지고 소수의 변호사, 정당인, 언론인만 이해할 수 있는 사건으로 변질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건은 최근 18개월 마다 터지고 있다. 엔론 사건은 이란 콘트라 게이트, 세이빙스 앤 론 스캔들, 로널드 레이건 정부 주택 및 도시개발부(HUD) 부정사건, 하원 우체국 스캔들,빌 클린턴 정부의 화이트 워터사건, 트래블(여행) 및 문서 게이트, 중국계 정치자금 사건 등 18개월 간격으로 터진 대형 사건을 잇고 있다.
이런 사건에는 정ㆍ관ㆍ재계간 고리가 얽혀 있어 게리 하트 의원의 도나 라이스 스캔들, 클린턴의 폴라 존스 및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등 성추문이 주를이루는 단순형 스캔들과는 구별된다.
워터 게이트 사건 이래 대형 사건은‘게이트’가 붙는 별칭으로 통하는 것도 한 특징. ‘미 역사상 가장 큰 파산 사건’인 엔론 사건에도 게이트가 붙을 여지는 많다.
소환장, 대배심,특별위원회 등 전문 용어가 등장하고 언론이 평범한 변호사를 ‘정의의 화신’으로 치켜 세우며, 여성이 등장하는 것도 복잡형 사건의 특징이다. 무엇보다 지난 15년간의 대형 사건은 모두 결론 없이 흐지부지 매듭지어졌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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