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 '반짝반짝 빛나는' 출간‘열정과 냉정 사이’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가 에쿠니 가오리(38)의 새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소담출판사 발행)은 쓸쓸한 웃음과 심장의 작은 두근거림, 미간에 잡히는 주름 같은 것들로 반짝반짝 빛난다.
이런저런 이야기보다 가뿐하고 깔끔한 감성에 기울어지는 것은 일본 소설답다. 괴상하고 파탄적인 인간 관계도 이해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묘사도 낯설지 않다.
호모인 의사 무츠키가 알코올중독에 시달리는 번역가 쇼코와 결혼했다.
두 사람 사이에 남편의 대학생 애인 곤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기이한 삼각 관계는 저마다 불안한 상황에 처한 세 사람을 안정시킨다.
쇼코는 룸메이트 같은 남편을 사랑하고, 남편은 애인을 사랑한다. 애인은 쇼코와 수다를 떨면서 웃는다.
모두에게 숨겨졌던 이 아슬아슬한 생활은 필연적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그렇게 무너져서 끝난다면 일본 소설치곤 조금 진부한 결말이 되어 버린다.
“다 잘될 거야”라며 덮어두는 게 마지막이라면 그저 그런 일본 소설이 된다. 작가는 그러나 조금 더 나아가려고 한다.
가오리는 쇼코를 능동적으로 움직이도록 부추긴다. 남편이 소중한 애인의 존재를 깨닫게 하기 위해 쇼코는 곤을 숨겨놓았다가, ‘맞선 기념일의 선물’이라며 남편에게 곤을 찾아준다.
시아버지가 물었다. “호모와 결혼을 하다니, 물을 안는 것이나 진배없지 않느냐.”
쇼코는 ‘물을 안는다’는 이상한 표현이 ‘섹스가 없는 허전함’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라 여기고 신경을 쓰는 답답함’이다. 가오리가 소설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물을 안는 것처럼 불안하고 꽉 조인 삶을 견뎌 나가는 방법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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