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비평가 르네 지라르(79)는 인간의 욕망 구조를 탐구하는 데 오랜 노력을 들여 온 사람이다.그는 ‘폭력과 성스러움’, ‘희생양’ 등 국내에 소개된 저서를 통해 인간 욕망에 대한 탁월한 분석을 선보였다.
놀랍도록 명징한 해석과 전복적인 사고,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이론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그래서 그의 첫 저서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김치수등 옮김, 한길사 발행)이 이제야 완역됐다는 소식이 의아할 정도다.
지라르가 1961년 펴낸 ‘낭만적…’은 인간 욕망에 대한 그의 관심이어느 곳에서부터 출발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스탕달의 ‘적과 흑’,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등 소설작품을 분석한 것이다.
지라르는 소설 속 주인공의 욕망 체계에서 인간 욕망의 구조를 찾아냈다. 유명한 ‘삼각형의 욕망’이 그것이다.
‘삼각형의 욕망’을 설명하기 위해 지라르는 ‘돈키호테’를 분석한다.
소설의 주인공 돈키호테는 이상적인 방랑의 기사가 되려고 한다. 돈키호테는 욕망의 주체가 되고, 이상적인 방랑의 기사는 욕망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주체는 대상을 직접 닮으려 하지 않는다. 돈키호테는 대신 ‘아마디스’라는 전설적인 기사담의 주인공을 중개자로 삼는다.
아마디스를 모방함으로써 이상향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체의 욕망은 대상과 수직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중개자를 통해 대상에 이르는 삼각형 모양을 이루게 된다.
지라르는 ‘보바리 부인’ ‘적과 흑’ 등 다른 소설 작품에서도 여러 개의 삼각형을 찾아낸다.
주체는 중개자를 거쳐서 이상적인 대상에 대한 욕망을 갖지만, 스스로 대상과 직접 소통한다는 환상을 갖는다.
이 낭만적인 태도는 물론 거짓이다. 지라르는 ‘낭만적 거짓’이 심화해 대상과 중개자를 구분할수 없을 정도로 주체의 욕망이 강렬해지면, 주체는 커다란 괴로움을 겪게 된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고통의 과정을 거쳐 ‘낭만적 거짓’의 정체를 알게 되는 마지막 순간, ‘전향’이라는 종교적인 개심에 도달한다고 결론짓는다.
이것이 ‘소설적 진실’이다. 많은 문학 연구자들이 꾸준하게 이견을 제시하는 결론이기도 하다.
소설은 산업 사회가 배태한 산물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그러니까 필연적으로 산업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얼굴을 갖는다.
그 소설의 주인공이 간접적인 욕망을 갖는다면, 인간도 다르지 않다. 현대인의 욕망은 자연 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중개자에 의해 암시된 것이다.
‘삼각형의 욕망’은 사실 국내 문학도에게도 잘 알려진 이론이다.
지라르는 ‘낭만적…’의 1장에서 ‘삼각형의 욕망’을 자세하게 설명했는데 일찍이 이 책의 1장만 따로 번역, 소개됐었다.
그래서 ‘낭만적…’은 지라르의 첫 저서라는 의미 외에도, ‘삼각형의 욕망’ 이론을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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