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검찰 밖에서 변호사가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일을 둘러싸고 검찰개혁 대한 기대감과 함께 ‘변호사 출신 검찰총장’의 이해출동 가능성이 제기돼 법조계의 논란이 일고 있다.17일 이명재(李明載) 변호사가 신임 검찰총장에 취임하면서 법조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정치적 독립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대형 로펌의 변호사에서 총장으로 급격히 자리바꿈을 한데 따라 ‘변호사로서 가졌던 이해’와 ‘검찰총장으로서 갖게 된 이해’가 서로 부딪힐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국내 2위의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대표 변호사로일하며 조선일보 탈세사건 등 굵직한 사건의 변론을 맡았던 이 신임총장이 이제는 사건 수사와 법정다툼을 지휘해야 하는 입장이 됐기 때문.
무죄를 주장해야 하는 피고인의 변호인에서 졸지에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 처벌해야 하는 검사로 역할이 180도 바뀐 셈이다.
시민단체와 법조계는 전관예우의 관행이 상존하고 검찰 고위층의 대형 로펌행(行)경향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거물 변호사의 총장 취임은 특정사건 수사의 공정성 약화나 대형 로펌의 영향력 강화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검찰과 법원의 고위 간부에 대한 외부영입 관행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이해출동과 로펌의 영향력 비대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어서 당사자 개인의 양식과 자질 문제로만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이미 최경원(崔慶元) 법무장관이 국내 1위 로펌인 김&장에서 자리를 옮겼고 이 총장마저 검찰총수로 입성하자 대형 로펌이 검찰 수뇌부의 산실이 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연세대 법대 박상기(朴相基) 교수는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법원과 검찰의 고위 간부가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전관예우를 받는 상황에서 이들의 조직복귀는 역할갈등과 공정성 시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대형 로펌이 이들을 매개로 압력단체 역할을 할 경우 검찰 바로서기를 저해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서초동의 한 소장 변호사는 “탈세사건의 변호사가 검찰총장이 된 데 오해의 소지는 있으나 수사가 종료되고 공판절차만 남은 만큼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재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오히려 검찰개혁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는 “이 총장의 인품과 능력으로 볼 때 역할갈등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며“오히려 변호사로서 검찰의 잘못된 관행을 실감했을 터여서 긍정적 요과가 있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부장급 간부는 “검찰총장이 개개 사건에 관여해 이해충돌을 일으킬 소지는 거의 없다”면서도 “그러나 공정성 담보를 위해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에 대해서는 관여하거나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여연대 김두수(金斗守)시민감시국장은 “외부인사의 총장 영입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검찰개혁을 촉진하는 순기능을 할 것”이라면서도 “전관예우와 거물 법조인의 로펌행 추세에 비춰볼 때 역할갈등과 공정성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큰 만큼 공직자 개인의 소양은 물론 사법 시스템 전반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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