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세요. 월드컵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골을 제 발로 넣겠습니다.”축구 국가대표팀의 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이천수(21ㆍ고려대ㆍ사진)는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대표팀에서 최고의 체력을 자랑하는 이천수는 스피드를 강조하는 ‘히딩크 축구’에서 꼭 필요한 선수로 꼽힌다.
지난 해 11월 크로아티아전에서 플레이메이커로 변신한 이천수는 17일 미국 LA 갤럭시와의 연습경기서도 가운데 미드필더로 나서 특유의 돌파력과 날카로운 슈팅을 선보였다. 비록 득점은 못했지만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천수는 요즘 ‘히딩크 사단의 황태자’로 불린다. 하지만 지난 해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연초 습관성 어깨탈구라는 부상의 암초에 부딪힌 데 이어 유럽 진출의 꿈도 물거품 됐다. 설상가상 대표팀에서도 계속 제외되다가 여름에 간신히 합류했다. 99년 부평고 3학년 때 청소년대표와 올림픽대표에 발탁된 후 이듬 해 태극마크를 달며 승승장구했던 이천수로서는 큰 상처였다.
“도대체 내가 왜 (대표팀에서) 빠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고, 축구를 하는 것조차도 회의가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대표팀에 다시 들어가서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해 8월 유럽전지훈련에서 ‘프로선수보다 더 프로다운 플레이’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천수는 이후 치러진 5차례의 A매치에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출전, ‘히딩크 장학생’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천수가 월드컵에서 제 몫을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고쳐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슈팅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데다 자신의 스피드에 스스로 도취돼 경기의 흐름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천수는 “경기 흐름을 스스로 조절하고 팀 플레이를 하는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월드컵에서 당당하게 실력을 인정받고 유럽무대에 진출하겠다”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전문가 조언(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순발력과 스피드가 뛰어나고 재치도 있는 편이다. 최상급은 아니지만 기술도 나름대로 갖추고 있는 좋은 선수다. 하지만 아직도 몸싸움에 약하고 폭넓은 경기운영이 부족한 것 같다. 특히 시드니올림픽에서 경기 도중 흥분해서 퇴장당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냉정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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