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부실 금융기관들의 매각전선에 다시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17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해를 넘겨가며 협상을 질질 끌어온 현대투신의 매각문제는 미국 AIG측이 최근 인수 후 새로 드러나는 우발채무에 대해 정부의 100% 보증을 요구, 협상이 결렬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해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본계약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던 대한생명도 헐값시비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은행은 매각원칙이 우왕좌왕하면서 장기간 표류하고있다.
■ 현대투신 협상파국 위기
현대투신 처리의 경우 주요 골격에는 합의했지만, 인수 후 나타날 손실에대한 배상 책임문제(Indemnificatoin)가 불거져 협상이 깨질 위기에 몰려있다.
협상 단계마다 새로운 조건을 들고 나와 우리 정부를 괴롭혀온 미국 AIG측은 최근 우발채무를 정부가 전액 떠안아줄 것을 요구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서면으로 통보해왔다.
정부는 이에 대해 “보유지분 만큼인 45%만 보증하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경부관계자는 “실사과정에서 나타나지 않은 손실에 대해 배상책임을 해주는 것이 국제관례”라면서도“AIG측과 정부가 현대투신에 각각 1조1,000억원(지분 55%), 9,000억원(45%)을 출자하는 만큼 지분비율대로 책임지는것이 당연하다”고 응수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제일은행을 뉴브리지캐피털에 매각할 때 추가손실 발생시 보전(풋백옵션)해주는것 외에 우발채무에 대한 배상책임까지 해준 전례가 있다는 점. 이같은 선례로 인해 정부가 AIG측에 질질 끌려다니고 있다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정부는 AIG측의 협상중단 통보가 막판 협상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엄포용’ 으로 보고, 막판까지 이견을 조율해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협상결렬에 대비, 다른 국내기관에 매각하는 방안 등 비상대책도 수립해놓고 있다.
■ 서울은행도 첩첩산중
정부는 우량은행인신한-한미은행 합병 후 서울은행을 붙여 국민은행에 이어 자산2위의 대형은행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신한-한미은행간 합병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서울은행 처리도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
정부는 이에 따라 서울은행 처리와 관련, 1순위로 우량은행에 붙이고, 2순위로 동부, 동원등이 입질을 하고 있는 기업컨소시엄, 3순위 조흥은행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고려하고 있지만 실제로 2, 3순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있다.
서울은행 처리는 신한-한미간 합병이 다시 속도를 내야 윤곽이 잡힐 것으로 금융계는 내다보고 있다.
■ 대한생명 헐값매각 걸림돌
대한생명은 한화-일본오릭스컨소시엄,미국 메트라이프 등 2개업체를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헐값매각 시비등을 우려해 정부가 최종 선택을 미루고 있다.
정부는대한생명의 부실해소를 위해 두차례에 걸쳐 3조5,000억원을 투입했지만, 한화컨소시엄은 1조원안팎을 제시하면서 풋백옵션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트라이프도 부실을 제외한 우량자산만을 떠안는 자산인수(P&A)방식을 선호하고 있지만, 정부는 일괄인수를 해달라고 맞서고 있다.
이로인해 2월 말까지 본계약협상을 마치고, 3월중 계약을 체결한다는 정부의 스케줄도 상당부분 늦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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