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거세게 불고 있는 금연·채식 바람 등이 건강 전반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으로 이어지면서 '건강 신드롬 이상 열풍'으로까지 번지고 있다.요즘 서울중앙병원 건강검진센터의 전화는 하루종일 불통이다. 예년의 경우 1월에는 폐 검진 문의 전화가줄어들기 마련. 그러나 올 1월 들어서는 하루 평균 문의전화가 1,000여통을 넘을 정도로 폭주하고 있다.
이 병원 내과 민영일(閔榮日) 박사는 “이주일씨의 사연이 매스컴을 탄 이후 담배 피우는 사람이 불쑥 찾아와 가슴사진을 찍겠다고 하는 등 특히 폐CT(단층촬영)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연.채식 열풍이 불지펴
새해 들어 거세게 불고 있는 금연ㆍ채식 바람 등이 건강 전반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으로 이어지면서‘건강 신드롬 이상 열풍’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헬스클럽도 ‘유산소 운동’ 등에 열중하는 사람들로 초만원이다. 이달 들어 회원 수가 배 정도 늘었다는 서울중랑구의 G스포츠클럽 관계자는 “근육질의 몸을 만들기 위해 헬스클럽을 찾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다”며 “10명 중 7명은 폐기능 향상과 다이어트를 위해 러닝머신, 고정 자전거 등 유산소 운동 기계에만 매달린다”고 말했다.
직장인 사이에선 모래주머니 차고 다니기 바람도 불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K운동용품점엔 평소에거의 팔리지 않던 모래주머니가 최근 하루에 10개 가까이 나가고 있다.
올들어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기 시작한 회사원 이모(34)씨는 “작심삼일로 끝나는 거창한 운동 계획보다 낫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효과가 좋아 주변에도 권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우유 안좋다" 괴소문에 끊기도
건강 이상열풍은 식생활에도 나타난다. 생식업체 ㈜이롬라이프는 겨울철 비수기인 데도 최근들어 매출이10% 이상 늘었다. 주로 치료식으로 먹던 생식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면서 최근엔 세 끼 모두 생식을 하는 가정까지 등장하고 있다.
반포에서 생식대리점을 하는 서 강(徐 剛ㆍ37)씨는 “몸에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주고객층이던 여성은 물론, 남성들의 열기가 특히 뜨거워 올들어 매출과 문의 모두 30%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방영된 SBS의 ‘잘먹고 잘사는 법’이 화제가 되면서 채식 열풍을 넘어 우유 끊기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강남구 방배동의 한 우유보급소장은 “우유가 몸에 안좋다는 괴소문까지 나돌아 매출 급감으로 고심하는 보급소가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유가공협회는 지난주 긴급 시장조사에 나서기까지 했다.
"생활 급히 바꾸면 역효과" 경계
이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건강 신드롬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성균관대 의대 박용우(朴用雨) 교수는 “쏟아지는 정보를 믿고 생활 습관을 무리하게 바꾸면 오히려 역효과가 우려된다”며 “체질, 건강 상태, 성별에 따라 건강유지법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우선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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