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金政起) 위원장의 사퇴로 방송위원회가 정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방송계는 그 일차적인 열쇠는 이르면 다음 주 초 대통령이 임명할 후임 위원장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방송위가 독립성과 권위를 회복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수행하는 방송최고의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며 경륜이 있는 인사’가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어 어느 때보다 방송위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후임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인물은 방송위 사무총장을 지낸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장관, 성균관대 방정배(方廷培) 교수, 법조계의 한승헌(韓勝憲), 조승형(趙昇衡) 변호사 등이다.
잔여 임기가 1년밖에(2003년 2월까지) 남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강대인(姜大仁) 부위원장 체제로 갈 가능성도 없지않다.
그러나 누가 위원장을 맡든 방송위의 위상정립과 정상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김 위원장 사퇴의 직접적 원인이 된 지상파 TV방송의 위성방송 재송신 문제나 케이블 TV 채널운영, 중간광고 도입여부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대해 원만한 해결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주무 부서인 문화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조차 케이블 방송을 통한 인천방송(iTV)의전국 재송신 금지 등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어 자칫 지금까지 방송위의 정책 결정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여야 나눠 먹기식 위원 구성으로는 정치적 입김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방송위의 정상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인적 쇄신을 통해 방송위의 신뢰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형식적이 아닌 실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출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방송학자들은 “국회에서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방송법 개정도 당리당략을 배제해야만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2000년 2월 12일 통합방송법에 따라 방송정책 결정 및 방송사업자 인허가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출범했지만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었던 통합 방송위가 2년도 안 돼 새로운 전기를 맞은 셈이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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