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과 세계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가 나란히 영업실적을 발표했다.반도체 산업의 풍향계가 될 두 회사의 영업결과를 보면 반도체 경기가 아직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바닥을 통과하고 있음은 확인할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16일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지난해 4ㆍ4분기중 반도체 부문에서 2,120억원의 적자를 냈다고발표했다. 적자는 2분기째 지속됐지만, 적자폭은 3ㆍ4분기(3,811억원)보다 크게 축소됐다.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6% 감소한 32조3,804억원, 당기순이익은 51% 줄어든 2조9,46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70%나 격감, 2조2,953억원에 그쳤다. 2000년엔 100원짜리 물건을 팔아 22원의 이익을 남겼지만, 작년엔 7원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그러나 세계적 경기 침체속에 굴지의 기업들이 적자에 허덕였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실적은 ‘선방’으로 해석되며, 삼성전자측도 “이정도 이익이면 세계 톱 10에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금년엔 이익목표를 작년보다 15% 가량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뒤바뀐 효자
반도체의 부진으로 삼성전자내 ‘최고효자상’은 정보통신이 차지했다. 정보통신은 4ㆍ4분기에만 4,865억원의 영업흑자를 냈다.
연간으로도 정보통신은 1조3,74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반도체부문(6,983억원)을 더블 스코어로 눌렀다. 삼성전자측은 “휴대폰에서 단일품목으론 처음 1조원대 이익을 냈다”고 말했다.
■보수경영
이익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강력한 ‘부채감축 드라이브’로 2000년말 4조원이었던 차입금을 1조3,000억원 이상 갚아 작년말엔 2조7,000억원대로 줄였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당시 296%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4년만에 43%로 낮아졌다. IR담당 주우식(朱尤湜) 상무는 “작년말 현재 보유현금은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차입금 총액보다도 많다”고 말했다.
■금년 목표
올해 시설투자규모는 3조원으로 이중 반도체 투자가 2조5,000억원이다.
시설투자는 작년보다 1조원 이상 줄일 계획이지만,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율은 지난해 7.5%에서 올해엔 8%로 상향조정할 계획이다.
매출목표는 본사와 해외법인 포함 42조원 수준으로 증가율을 5%대로 낮게 책정했다.
그러나 이익은 세금 전순이익(EBTA)기준으로 올해 5조5,000억원에서 6조3,000억원으로 15% 가량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인텔과 반도체 전망
2,000억원이 넘은 삼성전자의 4ㆍ4분기 반도체 적자규모는 시장의 예상(1,000억원 안팎)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실적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도 그만큼 컸다.
하지만 1ㆍ4분기엔 흑자전환이 확실해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고정거래가격을 40% 이상 인상하는 협상을 진행중이며,그 결과 작년 4ㆍ4분기 1달러 중반(128메가 D램 기준)이었던 고정거래가격은 곧 3달러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수급과 관련해서도 주 상무도“현재 반도체 재고수준은 2주 미만으로 사실상 재고 제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1위 반도체 메이커인 인텔은 15일(미국시간) 작년 4ㆍ4분기 69억8,000만달러 매출에 주당15센트의 수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전년 같은 기간(매출 87억달러, 수익 주당 38센트)에 비하면 턱없이 부진한 수준이지만, 당초 시장 예상수익이 주당 11센트였던 점을 감안하면 4ㆍ4분기 실적은 비교적 괜찮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하이닉스-마이크론 협상, 세계경기 회복속도 등 변수는 남아있지만 반도체 경기는 지난해 하반기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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