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재건축 순위를 결정했다고요?""(여론조사)e메일을 받아보지도 못했는데, 무횹니다, 무효…."
서울 강남구가 최근 인터넷 e메일을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를 주요기준으로 삼아 청담ㆍ도곡지구의 최우선 재건축사업단지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6일, 서울시와 강남구 관련 국ㆍ실에는 하루종일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최우선 단지에서 탈락한 주민들의 항의시위도 이어졌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강남구는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20세 이상 관내 주민 7,500명에게 재건축 우선순위를 묻는 e메일을 보내 직접 투표케 했다.
이 결과 도곡1차가 46%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영동1단지, 2단지, 3단지 순으로 나타난 것이다.
구 관계자는 "단지별 노후정도가 비슷해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순위를 정했다"며 "주민 여론을 직접 수렴한 행정"이라고 자찬까지 늘어놓았다.
과연 그럴까. 여론조사의 e메일 회신율은 불과28%. 그나마 답변자 중에서도 20대가 60%를 차지했다.
대부분 40대 이상인 주택 소유주들이 이해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즐겨 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소외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센터로 불리는 강남구 행정을 총괄하는 기관이 행정의 '기본'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인터넷 여론조사는 신뢰도가 떨어져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단순참고자료로 삼고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구가 이를 통해 아파트 값 폭등의 진원지중 하나인 청담ㆍ도곡지구의 재건축 순위를 결정했다는 대목에서는 하품마저 나온다.
주민들이 구청장을 인터넷 투표로 뽑자고 제안한다면 강남구의 표정은 어떨까. 무척 궁금하다.
염영남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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