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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휴먼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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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휴먼 네이처

입력
2002.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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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에 들른 감독은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여자들에게 족집게와 면도기가 왜 필요하지?” 그리고는 상상의 날개를 펼쳤을 것이다.

“여자들의 털이 유인원처럼 자라게 된다면?”

영화 ‘휴먼 네이쳐(Human Nature)’는 자유로운 상상력이 가능한 B급 영화의 매력과 아슬아슬한 선을 넘는 성적 유머가 연신 웃음을 유발한다.

‘존 말코비치 되기’의 시나리오를 쓴 찰리 카우프먼이 시나리오를 맡았다는 사실에 주목하면 엉뚱한 발상이 이해가 된다.

호르몬 이상으로 온 몸에 털이 자라는 라일라(패트리샤 아퀘트).

아무리 책을 많이 읽었어도 ‘털 많은 여자’에게 어울리는 직업은 서커스단의 여자 킹콩 역.

자살하려는 순간 털 많은 생쥐를 보고 생의 의미를 깨달은 그녀는 산으로 들어가 야생의 삶을 살지만 야생 경험을 팔아 떼돈을 번 그녀는 결국 문명으로 돌아오고 만다.

행동주의 심리학자 나단(팀 로빈스)과 사랑에 빠지지만 엄격한 양부모로부터 식사 에티켓을 지나치게 교육받아 내면이 왜곡된 나단은 털 깎는 그녀를 보고 질겁을 하고 이 때부터 둘 사이는 삐걱거린다.

나단은 숲에서 야생 인간 퍼프(리스 이판)를 발견, 실험실로 옮겨와 길들이기 시작한다.

불어식 영어로 남자를 유혹하는 가브리엘(미란다 오토)을 포함, 네 사람의 억눌린 욕망과 치정은 인간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스스로를 속여 왔던가 하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문명을 배워가는 퍼프가 여자만 보면 달려들어 흥분하다 전기 목걸이로 충격을 받는 장면이나 라일라의 털을 일일이 레이저로 뽑아내는 장면은 문명을 가장한 ‘압제’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현대’의 맛을 본 그 누구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결말은 ‘일방적 자연예찬’을 하지 않는 미덕이 살아있다.

‘왜소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나단 역의 팀 로빈스, ‘노팅 힐’에서 감초 코믹 연기를 보여준 리스 이판 등 반가운 얼굴들의 연기도 볼 만하다.

감독은 ’코카 콜라’ ‘나이키’ CF 감독 출신의 미셀 곤드리. 25일 개봉. 18세 이상.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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