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진출한 후 페넬로페 크루즈는 더욱 세계적인 배우가 됐다.물론 지난해 ‘바닐라 스카이’에서 공연한 이혼남 톰 크루즈와의 염문이 한 몫하기도 했다.
페넬로페 크루즈의 1998년 작 ‘꿈속의 여인(La Nina De Tus Ojos)’.
나치의 프로파간다(선전)도구였던 우파(UFA)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파시즘치하의 사회현실과 그 같은 현실에 대응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코믹하게 그려낸 블랙코미디다.
스페인 내전이 발발한 지 2년이 지났고 2차 세계대전의 징후가 짙던 파시즘이 팽배하던 1938년. 스페인 최고의 영화 배우, 스탭이 독일 베를린 공항에 도착한다.
프랑코 정권과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으로 히틀러가 우파 스튜디오에서 스페인-독일 합작 영화 ‘꿈속의 여인’을 찍게 한 것.
스페인 최고의 여배우 마카레나(페넬로페크루즈)도 투옥된 아버지를 석방하는 조건으로 이 초청에 응한다.
하지만 히틀러 정권의 선전 장관 괴벨스(요하네스 실베르쉬나이더)는 권력을 미끼로 마카레나를 유혹하고, 마카레나와 연인 관계이던 감독 블라스(안토니오 레지네스)는 영화를 위해 마카레나를 괴벨스에게 넘기고, 마카레나는 엑스트라로 수용소에서 차출돼 온 집시 청년 레오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정치권력과 아름다운 여인은 독점하고 싶은 대상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마카레나는 우파 스튜디오를 맴도는 모든 남자들이 꿈꾸는 여인.
권력의 유무를 떠나 마카레나를 독점하고 싶은 소유욕을 불태운다는 점에서, 권력 최고 정점인 괴벨스도, 괴벨스에게 굴복하는 블라스도, 괴벨스에 반항하는 레오도 모두 동질적이다.
권력을 지닌자도, 생존을 위해 권력에 굴복해야 하는 이도 욕구가 같기 때문에, 우파 스튜디오는 항상 좌충우돌한다.
결국 ‘카사블랑카’의 험브리 보가트처럼 감독 블라스는 마카레나와 레오를 떠나보낸다.
생존조차 위협하는 정치적 현실. 예술보다 생존을 위해 정치 권력에 적절히 타협해야 하는 이들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정치와는 무관하게 영화를 만들 뿐이라던 감독 블라스는 결국 권력과 줄다리기를 하고, ‘하이 히틀러’를 입에 달고 나치의 눈치를 보던 남자 배우는 집시 청년으로 오인받아 독일군에게 몰매를 맞고 만다.
특정한 상황에 대처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영화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서 나치 독재 정권은 효과적이다.
1992년 아카데미 최우수영화상을 거머쥔 ‘아름다운 시절’의 스페인 감독 페르난도 트루에바가 6년 만에 페넬로페 크루즈와 작업한 작품.
1차 세계대전 후부터 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독일 영화의 산실이었던 우파 스튜디오를 완벽하게 재현해 화제를 모았다.
스페인의 아카데미격인 ‘고야영화제’서 최우수작품상, 여우주연상 등 7개부문을 수상했다.
우연이든지 의도적이었든지 톰 크루즈의전 부인 니콜 키드먼이 주연했고 2주 전 개봉한 ‘디 아더스’와 동시에 극장에 걸리게 됐다.
하지만 키드먼과의 대결구도를 감안한다면 4년 전의 작품을 끄집어낸 게 오히려 다행스럽다.
스페인식 억양이 강한 영어로 연기하던 어색한 페넬로페 크루즈보다는 스페인어로 연기하는 모습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25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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