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알렉스 김(23·한국명 김경일)은 상대 포핸드 패싱샷이 네트를 튕기며 그대로 코트에 닿자 온주먹을 불끈 쥐었다.1만여 관중 역시 키 작은 동양인이 메이저대회 정상을 2번이나 밟았으며 한때 세계 1위에 올랐던 예브게니 카펠니코프(28·러시아)를 쓰러뜨리자 뜨거운 박수로 축하했다.세계 235위 알렉스 김은 16일 멜버른공원 보다폰 아레나에서 열린 2002 호주오픈(총상금 860만달러)남자단식 2회전서 4번시드 카펠니코프를 100여분 만에 3-0(6-3 7-5 6-3)으로 완파했다. 32강전서 페르난도 곤살레스(칠레·140위)와 맞붙게 된 알렉스 김은 2년 전 US오픈 16강에 오른 이형택(25·삼성증권)에 이어 한국계로는 두 번째로 메이저대회 16강 진출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1세트로부터 알렉스 김은 첫 서브성공률이 50% 정도에 머무는 등 발걸음이 무거운 카펠니코프를 압박했다. 2세트 게임스코어 5-5상황서 알렉스 김은 내리 2게임을 따내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실책 55개,더블폴트 10개로 자멸한 카펠니코프는 "단 한세트도 따내지 못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라며 어이없어 했다.알렉스 김은 "이기리라고 생각은 모했지만 자신은 있었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주 포트맥 출신인 알렉스김은 2년전 전미대학선수권 남자단식 정상에 오르면서 주목받았다.와일드카드를 받고 출전한 지난 해 US오픈 본선 1회전서 앤드리 애거시(31·미국)에 완패했다.명문 스탠퍼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지난해 5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프로로 전향한 알렉스 김은 그해 10월 화이트 플레인스 챌린저(총상금 2만5,000달러)에서 우승,가능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170cm,64kg의 자그만 체구에도 불구하고 발이 빠르고 양손 스트로크가 예리하다.
1992년 데뷔한 카펠니코프는 191cm의 큰 키에서 내리 꽂는 캐넌서브와 양손 백핸드가 주무기.96년 프랑스오픈,99년 호주오픈 등 메이저대회에서 2회 우승했고 99년 3월 한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라섰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톱시드 레이트 휴이트(21·호주)부터 5번시드 세바스티앙 그로장(24·프랑스)까지 3회전 진출에 실패하는 메이저대회 첫 이변이 일어났다.지난 해 윔블던 우승자 고란 이바니세비치(31·크로아티아)는 세계 45위 제롬 골마르(29·프랑스)에 1-3으로 패해,2회전서 탈락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