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밤 12시 서울 양천구 목동 로데오거리 뒷골목의 ‘××유리방’이라는 간판이 걸린 업소. 어두컴컴한 업소 내부에는 비디오방처럼 십여개의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2만원의 입장료를 내자 직원은 7호실로 안내했다.1평 남짓한 방은 대형 유리로 2등분돼 있고, 유리벽 한가운데에 극장 매표구 크기의 구멍이 뚫려있었다. 소파에 앉아 잠시 기다리자 반대편의 문이 열리고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들어왔다. 그녀는 “부천에 사는32살의 주부 김××”라고 짤막하게 자신을 소개한 뒤 곧바로 “무엇을 원하느냐”고 본론을 꺼냈다.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벗은 몸을 보여주는 데는 3만원, 옷을 벗고 음란한 행위를 보여주는 데는 5만원, ‘2차’를 나가는 데는 13만원”이라고 했다. “언제부터 이 일을 하게 됐냐”고 묻자 그녀는 “일단 옷부터 벗고 이야기 하자”며 유리벽에 뚫린 구멍으로 손을 내밀었다. 3만원을 건네자 아무 거리낌 없이 옷을 벗었다.
“낮에는 식당일을 하고 1주일에 2~3번 여기 나와 일을 하고 있어요.” 그녀는 “이곳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자신처럼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주부들”이라며 “경제불황으로 남편이 버는 수입만으로는 살 수가 없어 이렇게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11일 오후2시,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유리방. 이곳에서 만난 20대 후반의 정모씨는 천호동의 윤락녀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정씨는 “경찰 단속으로 천호동 윤락가에서 일하던 여자들이 상당수 업소로 흘러 들었다”며 “윤락가 단속 이후 출장마사지나 유리방 등의 신종 업소가 유행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변태적인 성매매를 조장하는‘유리방’이라는 신종 업소가 서울 목동, 천호동 등에서 시작해 일산, 분당, 부천 등으로 독버섯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유리방은 현재 이들 지역에서2~7곳이 성업 중이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단속규정이 없다”며손을 놓고 있어 주부탈선과 왜곡된 윤락문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 일산경찰서 관계자는 “‘자유이용업’으로 등록되는 이런 업소의 경우 관계 법령이 마련되지 않아 윤락의 현장을 발각하지 않는 한 단속이 어렵다”며 “또 현장이 적발되더라도 ‘사적 거래’이기때문에 업주를 처벌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여성민우회 산하 ‘가족과 성상담소’ 관계자는 “관련법규 마련도 시급하지만 경찰이 ‘성매매방지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우선적으로 윤락행위의 장을 제공하는 업소에 대해 단속을 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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