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사가 제작하는 드라마도 앞으로 방송 프로그램 등급제 적용을 받는다.방송위원회는 최근 그 동안 연령 등급제 적용을 받지 않았던 국내 드라마에 대해서도 4월 1일부터 등급제 적용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방송사는 드라마의 내용과 영상, 대사 등을 고려해 연령별 등급을 방송 때마다 화면에 표시해야 한다.
드라마에 대한 등급제 적용 방침을 계기로 방송사, 학계, 시청자단체 등에서 시행1년째를 맞는 프로그램 등급제의 문제점과 효과 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해 2월 1일 청소년들의 정서에 해를 끼치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프로그램의 시청을 차단하고 학부모들에게 TV 시청 지도를 유도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외국 드라마, 영화, 뮤직 비디오 등 4개 장르에만 한정해 등급제를 실시했다.
4개 장르를 방송할 때 화면에 ‘모든 연령 시청가’, ‘7세 이상 시청가’ ‘12세 이상 시청가’ ‘19세 이상 시청가’ 등 연령 등급을 표시하게 했다.
또한 상황에 따라 방송사가 임의로 ‘15세 이상 시청가’를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년 동안 실시된 등급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정성과 폭력성이 가장 많이 노출되는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적용을 제외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등 등급제를 실시하는 외국에선 대부분의 프로그램에 대해 연령 표시를 하고있다.
최근 발표한 ‘방송 프로그램의 등급 분류 및 표시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는 드라마의 확대적용 계획은 포함됐지만, 시청자 단체에서 줄기차게 요구한 오락 프로그램 적용 계획은 없다.
시청자 단체 ‘미디어세상 열린 사람들’ 문미원 대표는 “오락프로그램 진행자들의 말투와 행동, 내용에서 폭력성과 선정성이 농후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트콤, 버라이어티쇼 등 오락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조속하게 등급제 적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월 실시 예정인 드라마 등급제에 대해서도 방송계와 방송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외국과 달리 사전 제작이 이뤄지지 않는 제작 환경에서 등급제가 실시되면 극본만을 보고 등급제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방송가의 진단이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학계와 시청자단체는 이번 기회에 ‘당일 치기식’ 드라마 제작 풍토도 개선해 사전 제작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등급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등급을 정하는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비슷한 내용의 프로그램에 대해서 연령 표시가 방송사마다 차이가 나고 있다.
방송사는 이에 대해 방송위의 연령별 등급분류 및표시 규정이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뮤직 비디오에 대한 등급제도 문제가 있다. 뮤직 비디오만을 방송하는 프로그램과 뮤직 비디오 방송시간이 프로그램의 50%를 초과한 것에 대해서만 등급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사들은 뮤직 비디오를 한 프로그램에 두세개 보여주며 시청 연령표시를 하지 않는다.
등급제 실시 1년 동안 시청자 중 일부는 이 제도에 대해 알고 있지만 상당수 시청자들은 아직까지 등급제에 대한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시급히 등급제에 대한 시청교육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시청자 단체와 학계에서는 방송사들이 옴부즈맨 프로그램 등을 통해 등급제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