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동안 골프계에는 끊임없이 타이거 우즈의 열풍이 불고 있다. 우즈 열풍을 떠올릴 때마다필자는 재미동포 프로골퍼 테드 오를생각한다. 테드 오는 한때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니 우즈를 제치고 US오픈에 출전도 했다. 왕년의 골프황제 잭.니클로스도 그의 기량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테드오는 우리의 골프영웅이었다.지난 주 우즈는 뉴질랜드오픈에 참가하는 조건으로 200만달러를 받았다.우즈가 활약하던 그 시각에 테드 오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채 십 년도 지나지 않은 세월에 테드 오와 우즈를 이토록 차이가 나게 한 원인은 무엇일까.
필자가 고향에서 학교를 다닐 때의 기억이다.가을추수가 끝나면 농부들은 논밭에 보리를 심었다. 그래서겨울이 되면 고향 들녘은 보리밭이 되었고, 초록빛으로 가득찼다. 어쩌다가 날이 춥거나 푸른 보리밭 위로 눈이라도 쌓이면보리가 얼어 죽어버릴 것만 같아몹시 염려되었다.
그러나 어른들은 겨울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내리면 보리에게는 오히려 좋은 날씨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겨울날이 따뜻하면 보리는 웃자라게 되고, 웃자란 보리는 이듬 해 봄이 되면 노랑병에 걸려 결실을 맺기도 전에 시들어 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어른들의 이런 이야기는 마치 어려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가르침을 돌려말하는 것 같았다.
이런 까닭에 어린 나이에 너무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보면 천재라고 부러워하기 보다는 어쩐지 웃자란 보리가 아니길 염려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물론 우즈에 한참 뒤처져 있는 지금의 테드 오를 보면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든다.
같은 나무라도 좋은 목수를 만나면 큰집 대들보로 다듬어지고, 땔나무꾼을 만나면 불에 타 없어지게 되는 법이다. 같은 흙이라도 솜씨 좋은 도공을 만나면 고려청자가 되고, 솜씨 무딘 도공을 만나면 죽사발 밖에 되지 않는다.
무릇 사람도 그렇다.어떤 환경에서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에따라 위인이 되기도 하고 졸장부가 되기도 하는 법이다.그래서 필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제반 교육의 문제점 또는 한국 부모들의 그릇된 교육열이 테드 오를 오늘과 같이 만들었다는 생각도 한다.
공교롭게도 우즈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나타난 뉴질랜드오픈 대회장에는 우리의 영웅이 또 한 명 있었다.그의 이름은 안재현이요, 나이는 13살이라고 했다.주위 사람들이 안재현을 칭찬하는지난 한 주동안 필자는 10년 뒤에 안재현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있을 것인지를 그려보았다.
소동기 변호사
sodongki@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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