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구기자 현지 리포트■포르투갈 축구 어제와 오늘
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진출 좌절. 벤피카, 스포르팅, 포르투 등 메이저 구단마저 유럽 클럽대항전인 챔피언스리그, 유럽축구연맹(UEFA)컵에 나갔다 하면 초반 탈락. 우수 선수 해외이탈 가속화. 오죽하면 포르투갈인들이 “3대 수출품은 포르투 와인, 코르크(포르투갈 특산품), 그리고 축구선수”라고 비아냥 거렸을까.
‘검은 표범’ 에우제비오가 돌풍을 일으킨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포르투갈 축구는 무려 30여년을 숨죽여 왔다. 그러나 루이스 피구, 후이 코스타를 앞세워 89, 91년 세계청소년선수권을 제패하며 미래의 영광을 예고하더니 마침내 유로2000을 기점으로 일대 도약을 꾀했다.
‘가능성’만인정 받던 포르투갈이 준결승 연장전에서 프랑스 지네딘 지단에게 석연찮은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1_2로 패하기 전까지 보여준 인상적인 경기내용은 더 이상 유럽의 변방이 아님을 선언하는 ‘독립선언서’였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월드컵 우승국 프랑스 보다 포르투갈의 승리를 예상하는 팬들이 더 많았을 정도였다.
이는 모두 체계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포르투갈은 연령별로 15개의 대표팀을 운영할 정도의 인재풀을 구성했다. 협회는 이들을 철저히 관리하는 한편 다양한 유소년 프로그램을 마련, 지속적으로 육성한다.
프로구단은 재정이 유럽의빅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하지만 우수선수를 수출해 운영자금을 마련한다. 해외진출 선수들은 또 선진축구를 습득하면서 대표팀의 전력 업그레이는 가속화했다.
협회 언론담당 프라이타스씨는 “포르투갈 축구는 지금이 아니라 항상 미래를 보는 장기적 안목으로 육성되고 있어 점점더 좋은 성적을 낼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금 포르투갈은 자국에서 열리는 유로2004를 앞두고 대대적인 구장 개보수 작업 및 신설작업에 들어갔다. 축구협회는 이대회서 우승하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들여 국가대표팀 전용훈련장을개설할 계획이다. 그래서 요즘 선수들은 해외가 아닌 국내프로리그서 뛰는 것에 긍지를 가지고 있다. 포르투갈 축구는 대내외적으로 일대 중흥기에 있는것이다.
■에우제비우 인터뷰
포르투갈의 축구 영웅인 ‘검은 표범’ 에우제비우(59)는 “2002월드컵 기간 중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한국축구에 대해 잘 모르지만 포르투갈이 쉬운 경기를 펼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명이 에우제비우 다 실바 페레이라인 에우제비우를 만나기는 정말 어려웠다. 아무도 그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아 하루는 그가잘 들른다는 ‘오 벤피카’ 레스토랑에서 6시간을 기다렸고 다음날 벤피카 구단사무실에서 2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그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_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과의 경기서 영웅이 됐다. 당시를 회고하면.
“잉글랜드월드컵에서 최고의 경기였다. 내가 4골을 기록해 5_3으로 승리했다. 정말 멋진 경기였다.”
_그 때 이후 30여년의 침체기를 겪은 뒤 이제 포르투갈이 축구최강국 대열에다시 올라섰다. 이유는.
“루이스 피구, 루이코스타, 주앙 핀투 등 훌륭한 선수들이 대거 나타났다. 그들은 청소년 때부터 호흡을 맞춰 강력한 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_당신이 이끌던 1966년도 팀과 루이스 피구가 이끄는 지금의 팀과 비교해 어느팀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때와 지금은 기술과 전술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직접 비교하기 힘들다.”
_2002한일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이 한국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포르투갈이 이기기를 바라지만 월드컵에서 쉬운 경기는없다. 미국 폴란드 한국 모두 어려운 상대가 될 것이다.”
_월드컵 기간에 한국을 올 것인가.
“나는 대표팀과 벤피카 구단을 위해 일하고 있다. 한국에 갈 것이다.”
_벤피가 구단에서 당신의 동상을 봤다. 당신은 벤피카의 상징인가.
“나는 벤피카의 상징이 아니다. 나는 그냥 벤피카와 포르투갈을 위해 뛴 선수였을 뿐이다.”
_축구에 대한 철학을 말해달라.
“나는 축구를 사랑했고 축구는 나의 삶의 전부였다. 그뿐이다.”
에우제비우는 “한국사람을 좋아한다는데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포르투갈 인구 20% 축구관련 종사자
포루투갈은 독재를 청산하고 도약을 시작한 80년대 부터 서서히 축구에 대한 투자를 집중했다. 이제는 인구 1,000만명의 20%가 축구관련 종사자일 만큼 거대한 축구산업 국가로 성장했다.
프로축구 1부리그에는 퍼스트리그 18개팀,세컨드리그 18개팀이 있다. 1부리그 팀은 정규리그, 클럽대항전 포함, 한해에 50∼70경기를 치른다. 하위 3팀은 2부리그로 떨어진다.
2부리그에는 북부, 중부, 남부 3개지역에 각 20개씩의 팀이 있고3부는 세리에A∼F까지 나뉜다. 각 세리에에 18개팀이 있다. 이하4,5부 리그, 지역리그 까지 고려하면 인구 규모에 비해 축구가 어느 정도의 위상을 차지하는지 짐작이 간다.
대부분의 남자 어린이들이 축구유니폼을 갖고 있을 정도로 축구인기는 폭발적이다. 그러나 포르투갈의 구단사정은 넉넉하지 않다. 벤피카 스포르팅 포루투 보아비스타 등 4개 메이저 구단이 중계수익을 거의 독점하고 있고 이들 구단들도 후원금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 형편이다.
벤피카의 주앙 마레이루 홍보담당은 “포르투갈 프로구단은축구 중흥기를 맞았지만 투자액이 너무 많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수년내 많은 구단들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1부리그 스포르팅-세투발 경기 관전기
포르투갈 1부리그(프리메라리가)는 경기시간과 입장료가 고정적이지 않다는 게 특징이다. 어떤 경기는 오후 8시, 어떤 경기는 9시에 펼쳐진다.
또 상위팀간의 경기나 중요한 경기는 입장료가 뛴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리스본에서 열린 1위팀 스포르팅 리스본과 세투발전의 입장료는 골 라인 뒤쪽 자리인데도 3,000에스쿠도(2만원)나 했다.
터치라인 쪽 자리는 5,000에스쿠도(3만2,500원). 크리스마스 휴가철인 데다 비가 오는 차가운 날씨속에서도 2만여명의 팬들은 경기시작 1시간 전부터 몰려들어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경기시작 직전 장내 아나운서는 선수소개 보다 구장에설치된 식당과 레스토랑을 열렬히 홍보하는 것이 좀 이색적이었다.
이 경기는 주앙 핀투, 새로운 후이 코스타로 불리는 우고 비아나 등 국가대표가 4명이나 포진한 스포르팅의 일방적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세투발은 철저한 압박수비를 바탕으로 위협적인 역습을 펼쳤다. 그때마다 팬들은 휘파람을강력히 불며 야유를 보냈고 심판이 불리한 판정을 내릴 때면 구장이 떠나가라 휘파람과 야유를 보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판이 홈팀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린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것이 홈그라운드 이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료직전 스포르팅은 자르델이 아크정면에서 가슴트래핑 후 발리슛,결승골을 따내자 그야말로 광적인 분위기였다.
선수가 떠나고 한참이 지날 때 까지 팬들은 스탠드를 열기로 가득 채웠고 거리는 카페나 식당에서TV중계를 보고 나오는 팬들로 북적였다.
■포르투갈대표 비아나
‘내 이름을 기억하라.’ 세계 최강 중 하나인 포르투갈 대표팀에 19세의 신예 우고 비아나가 명함을 내밀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미드필진으로 평가되는 대표팀에 지난 해 11월 당시 18세의 비아나가 미드필더로 발탁되자 많은 사람들이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비아나는 새로운 후이 코스타로 불릴 만큼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유럽 청소년 선수권(16세이하)서 우승을 이끌었고 19세 이하 유럽대회서도 팀을 본선에 견인했다.
그는 피구나 코스타의 전철을 밟고 있다. 1부리그로올라서자 마자 어시스트와 득점을 올리 고 있다. 그는 타고난 감각에 대담함까지 갖춰 최근 포르투갈 스포츠신문에 연일 이름을 올리고 있다.
소속팀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주앙 핀투와 함께 공격혁 미드필더로 나서는 비아나는 빠른 패스와 문전에서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스포르팅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최근엔 핀투 보다 낫다는 평가까지 이끌어 내고 있다.
안토니우 올리베이라 축구대표팀 감독은 “비아나는 여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재능있는 선수”라며 “그가 A매치 경험을 할 경우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기대했다. 많은 포르투갈 축구인들은 비아나가 2002한일월드컵 본선에서 ‘깜짝쇼’를연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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