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서해안 고속도로끝내주더라.”“대전-통영선을 탔는데, 내친 김에 남해까지 갖다 왔어.”
“하루면 전국을 한 바퀴 돌겠던데.”
주변에서 지난 연말 새로 개통된 고속도로에 대한 감탄이 서서히 터지고 있습니다.
금쪽 같은 시간을 내 여행길에 나섰는데 잘닦여진 도로가 그 금쪽을 절약해주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시간을 금보다 아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빠른 길을 더 빨리 달리려는사람들입니다.
새 고속도로는 완전히 자동차 경주도로입니다.
“160㎞로 밟았지.”
공공연하게 자랑(?)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규정속도를 지키는 사람은 바보 취급을 받습니다. 물론 고속도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직선에 가깝게 뻗은 국도도 과속의 경연장입니다. 6번 국도양평-홍천, 19번 국도 남원-구례 구간은 악명이 높습니다.
왕복 4차선인데다가 거의 고속도로처럼 포장이 잘 되어 있습니다. 오토바이 폭주족까지 가세하면 공포의 도로가 됩니다.
정선읍에서 아우라지에 이르는 강변도로(42번 국도)는 왕복 2차선임에도 불구하고 과속차량이 많습니다. 시야가 툭터졌기 때문입니다.
과속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과속 측정 카메라입니다. 그런데 카메라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고장 난 카메라가 많다는 것도 그렇지만 단속 여부를 너무 친절하게 알려준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단속 카메라는 길 위에 설치돼 있습니다.
빤히 보이죠. 게다가 단속 카메라가 나타나기 전에 ‘500m 앞 카메라’라는 식으로 미리 알려줍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속도를 줄이게 되죠. 속도를 낮추는 효과는 분명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경고가 없는 곳에서는 더 빨리 달린다는 것입니다.
감히 ‘모든 단속 카메라를 몰래 카메라로 바꾸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경찰이 째째하게 몰래 카메라야?’라는 불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째째한 것과 목숨과는 비교의 대상이 아닙니다.
자기도 모르게 찍힌 과속 사진을 몇 번 받아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오른쪽 발에 힘이 덜 들어갈 것입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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