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우리 경제를 좌우할 핵심 8개 변수를 손가락을 꼽듯이 추려냈다.전 총재는15일 사단법인 한국정학연구소 초청으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찬세미나에서 “금년 경제 여건은 지난해 보다 개선될 것이지만 불확실성이 워낙 높기 때문에 경기 반전의 위험(Downside Risk) 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8개 변수는 이 같은 불확실 요인들인 셈이다.
1. 미국경제의 회복 시기와 속도
낙관론과 신중론이 공존하고 있다.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한 낙관론은 과거 경기순환주기의 평균 침체기간이 11개월이었던 만큼 지난해3월에 시작된 침체 역시 2월께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 기초한다.
또 연준의 지속적 금리인하 및 미 정부의 경기부양책의 효과, 재고 축소에 따른 제조업 생산의 조속 회복 가능성도 감안됐다.
신중론은 실물경제지표가 혼조세를 나타내고 있어 미국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하더라도 단기간 내 강력한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고가 줄었다고는하나 IT를 중심으로 한 설비과잉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주목되고 있다.
2. 엔화 환율
약세를 거듭해 온 엔화는 최근 132엔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정책당국은 엔화 약세를 통해 수출증대를 도모하고 수입물가를상승시켜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려고 하고 있으나,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아시아 주변국의 반발과 함께 미국의 엔저 용인도 자국내 반발에 부딛히고 있다.
일본의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려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대를 넘는 수준까지 떨어져야 하지만, 이 같은 한계를 감안할 때 엔화 가치의추가 하락세는 조만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3.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경제대국화
중국의 실질구매력 수준은 4조5,000억달러 이상으로 세계 2위인 일본의 경제규모와 비슷하다.
중국의 WTO 가입은 단기적으로 수입관세 인하 및 내수시장 개방 확대로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GDP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제품의경쟁력 강화에 따른 수출 경쟁이 예상돼 우리나라의 성장과 수출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4. 국제유가 동향
국제유가는 지난해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150만배럴 감산합의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배럴당18~19달러(두바이유) 수준에서 안정되고 있다.
테러전쟁의 확전에 따른 유가 불안 요인이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세계경기 부진과 재고 증가에 따른 공급초과가 이어지며 올해 내내 상승 압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
5. 부동산시장 동향
투기 억제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조치에 따라 강남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급등세는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상승이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6. 노사관계
지난해 경기둔화에 따라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는 약화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주 5일 근무제 등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제도개선의 요구, 대선 및 지방선거에 따른 노동계의 정치참여 등이 올 노사관계의 불안요인이다.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노사관계가 더 불안해질것이다.
7. 양대 선거 및 국제 스포츠 행사
양대 선거는 전체적으로 경기를 호전 또는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월드컵 및 부산아시안게임 등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 대회 경비지출 등을 통해 소비, 서비스 수출 등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선거와 국제 스포츠행사로 물가가 오름세를 보였던 사례는 없다.
8.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외환위기 이후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진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올해에는 ▦대우차 매각 ▦하이닉스 문제 ▦현대투신증권 문제 ▦서울은행 문제 등이 금융 및 실물경제에 중요한 결과를 미칠것으로 본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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