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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블록이 뜬다] (5)'亞를 뺏길 순 없다'-日의 반격과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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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블록이 뜬다] (5)'亞를 뺏길 순 없다'-日의 반격과 고민

입력
2002.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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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9~15일의 동남아 5개국 순방으로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대아시아외교의 새출발’이라고 무게를 실을 정도인 이번 순방의 목표는 고이즈미총리가 14일 싱가포르에서 행한 정책 연설에서 드러났다.전날 싱가포르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한 그는 이날 연설에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의 포괄적인 경제 연대와 이를 위한 조속한 행동계획 수립을 제안했다.일본의 제안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관세·무역 장벽의 철폐에 그치지 않고 투자와 서비스, 과학기술, 교육, 관광 등의 폭넓은 분야에 걸쳤다.

중국과 아세안이 지난해11월 10년 이내의 FTA 체결을 목표로 한 교섭 개시에 합의한 이후 서둘러 마련된 대책이다. 오랫동안 공들여 가꿔 온 동남아 경제 텃밭을 중국에 빼앗김으로써 아시아 경제의 주도권이 중국에 넘어가리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일본이 제안한 아시아통화기금(AMF) 구상은 미국의 반대도 그랬지만 중국의 반대로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했다. 반면 중국이 찬성한 아시아 통화 스와프협정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거대 중국의 이런 발언권은 16억 인구의 거대 자유무역시장이 탄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 뻔하다. 이미 ‘세계의 공장’으로부상한 중국으로의 자본 집중은 소비·투자 부족에 허덕이는 일본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도 무성하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일본의 불안은 이미 바닥에까지 침투해 있다. 90년대 중반에 고개를 든 ‘중국 위협론’은 이른바 ‘유니크로 현상’과 ‘3품목 분쟁’으로 한결 팽배해졌다.

㈜패스트 리테일링의‘유니크로’는 99년 중국에서 봉제 가공을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일본의 대표적 캐주얼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일본 전국에 920여 점포를 전개, 지난해 8월말 결산에서는 4,185억엔의 매출과 1,032억엔의 경상이익을 실현했다.

원단과 염색, 디자인 등은 모두 일본이 맡고 중국에서 봉제 가공만하는 방식으로 고품질 저가격을 실현, 기존의 저가품과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지난해 4월 일본이중국산 농산물 3품목에 대해 잠정 발동한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의 핵심은 대파였다. 96년 1,540톤이었던 중국산 대파 수입은 2000년3만톤으로 늘어나 일본 전체 시장의 8.2%를 차지했다.

특히 일본이 개발한 ‘시모니타(下仁田)파’라는 품종과 모양과 맛이 똑 같은 중국산 대파가쏟아져 들어와 일본산 대파의 가격을 30~40%로 끌어 내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 농업이 전멸한다는 농민의 위기감이 정치권을 움직인 결과가 세이프가드 잠정발동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의 보복관세에 의한 산업계의 피해가 훨씬 컸다는 점에서 일본은 지난해말 8개월만에 무역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일본의 ‘중국 위협론’은중국의 제조력, 수출력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중일 양국의 무역규모가 처음으로 10조엔을 넘어 10년전에 비해 3배 이상 팽창한 가운데 일본의대중 무역적자는 3조엔을 넘었다. 일본 시장이 중국산으로 뒤덮힐 것이란 우려가 나올 만하다.

더욱이 2000년 일본을 제치고 대미 무역에서 최대적자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지난해에도 미국 전체 무역적자의 20%를 차지한 반면 일본은 사상 최저인 16%로 떨어진 상대적 경쟁력의 후퇴는 조만간세계 시장에서 일본산이 중국산에 밀려 나리라는 우려까지 자극하고 있다.

일본이 중국에 대해느끼는 위협은 중국 경제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서보다는 장기 불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 스스로의 문제에서 비롯한 측면도 강하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겨냥해 일본 기업이 중국으로 잇따라 공장을 이전, 일본이 텅 비게 되면 사상 최악의 실업은 더욱 악화하고 소비 위축으로 일본경제의 어려움은 더하리라는 우려가 핵심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중국 위협론’과는 거리가 먼 눈으로 중국을 보고 있다. 하타케야마 노보루 일본무역진흥회(JETRO) 이사장은 “일본의 낙후 부문을 제외하고 중국과의 경쟁하는 분야는 거의 없다”면서 “중국의 싸고 풍부한 노동력과 일본의 자본·기술이 결합하는 것은 일본 경제에도 득이 된다”고 강조했다.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회장도 “일본 기업은 독자의 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지적 제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중국 위협론은 아득히 먼 장래의 얘기”라고 일축했다.

일본의 중추 산업계는 오히려 2001년에도 7.3%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경제가 이대로 성장을 거듭,중국이 구매력을 갖추리라고 기대하는 낙관론으로 기울어 있다.

지난해 도요타의 중국 현지 공장 진출은 300만엔대의 일본산 승용차를 구매할 수 있는 부유층이 상하이(上海)에 등장했다는 보고가 계기였다.

오쿠타 히로시(奧田碩)회장은 “버스를 놓치면 안된다”며 우선 소형차를 중심의 진출을 지시했고 11월 조 후지오(張富士夫 ) 사장은 텐진(天津)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앞으로 중국은 도요타 최대의 투자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 '생산기지'서 '시장선점'으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전날인 지난해 12월 10일 중국 저장(浙江)성의 유리제조업체 ‘저장유리’가 중국 민간기업 최초로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중국 시장 점유율 4%, 업계 5위에 지나지 않지만 중국의 고도 성장을 견인한 민간기업의 첫 상장에 대한 기대감에서 청약률이 100배에 이르렀다.

이 주식 공개의 주간사는 노무라(野村)증권이 맡았다. 외자계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82년에 중국에 사무소를 연 인연, 1,400조엔에 달하는 일본 개인 금융자산이 가진 매력이결합한 결과였다.

일본 국내의 산업공동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의 중국 진출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일본 기업은 모험을 피하는 경영 체질상 한동안 머뭇거렸으나 중국의WTO 가입을 위한 미ㆍ중 양국 교섭이 타결된 2000년 11월 이후 급속히 대중 직접투자를 늘렸다.

2000년도 1,099억엔에 머문 대중 직접투자는2001년도에는 상반기(4~10월)에 이미 919억엔에 이르렀다.

일본 기업의 대중진출 전략은 당초 저임금을 이용해 생산비를 줄여 보려는 데 치중됐다. 다쿠쇼쿠(拓殖)대학 모리 스스무(杜進)교수에 따르면 중국에서 가장 소득수준이 높은 연안 지역의 공장노동자도 임금은 일본의 ‘20~30분의 1’이며 지난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이 저임금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규모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거대 설비도 커다란 매력이다. 수만명이 동시에 일할 수 있는 공장에 대량 발주할 경우 제품 단가를더욱 끌어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중국의 WTO 가입을 전후해 일본 기업의 중국 진출 전략은 생산기지 활용에서 시장 선점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도쿄(東京)대학 마루카와 도모오(丸川知雄)조교수는 “연안부에만 4억명이 있는 거대시장이 떠오르고 있다”면서 “‘세기의 시장’을 겨냥한 사업이 앞으로 일본 기업의 핵심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현지 고급 노동력을 활용하는 연구·개발 전략도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핵심 부문까지 중국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블랙박스까지 열어 주어서는안된다”는 경계론도 있지만 연구·개발 비용 절감과 기업 체질 개선에 약이 된다는 대세론에 밀리고 있다.

2000년 TV 게임용소프트웨어 제작회사를 설립한 고나미는 “조만간 중국에는 구미나 일본 수준의 게임산업이 형성된다”고 장담했다.

베이징(北京)과 성도(成都)에 3개대형할인매장을 연 이토요카도는 손님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친절하게 상품을 설명해 주는 일본식 판매서비스가 인기가 높아 추가 점포를 계획하고 있다. 자동차, 맥주, 컴퓨터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판매회사가 잇달아 설립되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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