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에 대한 '일본식 화해'는…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의 작은 어촌에 살고 있는 야마오카(다카쿠라 켄)와 아내 도모코(다나카 유코)에게 작은고기잡이 배 ‘도모마루’ 호는 그들의 자식과도 같은 존재이다.
배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으로 기쁨을 얻는 이 부부에게 천황의 서거에 이어 옛 친구 후지에(이가와 히사시)의 부음이 전해지고, 두 사람은 아픈 과거를 추억하게 된다.
영화 제목 ‘호타루’는 ‘반딧불이’라는 뜻.
그들은 1945년 가미카제(神風)특공대였고, “내가 죽거든 찾아오는 반딧불을 쫓지 마라. 그것은 나”라는 가네야먀 소위의 유언이 뇌리에 생생하다.
조선인 김선재인 가네야마는 오키나와의 미군 함대로 돌격해 죽고, 그의 일본인 약혼녀였던 도모코는 살아있는 것을 치욕으로 여기는 야마오카의 아내가 됐다.
‘호타루’는 지난해 5월 일본에서 개봉 250만명 관객을 동원하면서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한국 관객 입장에서 ‘호평’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나는 조선 민족을 위해, 도모코를 위해 출격하는 것”이라는 김선재의 비장한 유언이나, 특공대원의 어머니로 불리던 여관주인 도미코 여사가 “진짜 어머니라면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을 것”이라는 절규에서‘대동아전쟁’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읽히지만 어디까지나 지엽적이다.
조선인이 ‘기꺼이’ 가미카제가 되는 설정은 한국인들마저 일본의 군국주의를 ‘운명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김선재의 고향인 안동에 찾아온 야마오카와 도미코 부부를 보고 싸늘하게 대하는 가족들이 결국 도모코를 며느리로 인정하는 대목 역시 일본의 편의주의적인 ‘화해’의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천황의 서거소식에 자살한 야마모카의 전우였던 후지에의 손녀를 등장시켜 세대를 뛰어넘는 가미카제에 대한 이해를 유도하는 대목도 억지스럽다.
배우들의 깊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휴머니즘이 아니라 명백한 잘못에 대한구구한 변명과 어설픈, 그것도 개인적인 화해의 발상으로만 여겨진다.
감독은 철저히 일본적 정서를 반영한 영화 ‘철도원’의감독인 후루하타 야스오.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주연 다카쿠라 켄
“40여년간 배우를 하면서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었다. 감동적인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감독과 제작자에게 ‘호타루’를 제안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남자배우 다카쿠라 겐(高倉健)이 후루하타 야스오(降旗康男)감독, 도에이영화사의 다카이와 단(高岩淡)대표와 함께 방한했다.
14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고 이수현군의 부모인 이성대(63)씨 부부도 나와 지켜 보았다.
다카쿠라 켄은 기자회견에 앞서 “그들을 오늘 시사회에 초대한 것은 극히 개인적인 일로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며 이군과 관련한 질문을 받지 않았다.
다카쿠라 켄은 “일제시대를 산 배우로 한국에 대한 느낌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고향(후쿠오카)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그때 반 학생 5, 6명은 한국인이어서 ‘아리랑’ ‘도라지’ 같은 노래를 들으면 그들의 그리움이 느껴진다”며 “부족하겠지만 이것이 대답”이라고 말했다.
다카쿠라 켄과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은1999년 ‘철도원’에 이어 ‘호타루’까지 17번 작품을 같이 한 사이.
감독은 “일본 특공대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반딧불이’에 관한 에피소드가 반드시 나온다”면서 “소리없이 빛만 발하는 강렬한 이미지가 호소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일간 화해를 강조하는 영화에 일본인의 심볼과도 같은 배우(다카쿠라 켄)가 나왔기 때문에 일본의 보수적인 관객들도 거부감없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호타루’는 비극적 과거와 뒤엉킨 인연의 끈을 일본식 해석과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중후한 연기를 보여주는 다카구라 켄.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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