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정부의 일부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자거부로 재외동포법이 다시 한번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의원들은 이 법 개정을 위한 자료수집차 중국방문을 계획했다. 도대체 이 법이 무슨 법이기에, 중국정부가 의원들의 입국을 가로막았을까.
일반적으로 전쟁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인적교류는 지장 받지 않는다. 한ㆍ중간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29일 재외동포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다. 그리고 2003년 말까지 개정을 명령했다.
이유는 이 법이 1948년 정부수립이전에 한국을 떠난 재중동포와구 소련동포에게 국내 취업 및 출입국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헌재의 결정은 너무도 당연하고, 적시한 위헌요소는 설득력이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외동포법은 폐지돼야 마땅하다.
가장 큰 이유는 꼭 이 법이 아니라도 재외동포의 법적지위를 개선하는데 별 문제점이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출입국관리법, 건강보험법등 개별법을 손질하면 이들의 국내 활동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불필요한 입법으로 중국 러시아 등 과 마찰을 자초한 것은 그야말로 평지풍파다.
중국이 이 법 제정에 가장민감하다. 조선족을 비롯, 소수민족문제는 중국의 사활적 현안이기 때문이다.
당초 선양(瀋陽)총영사관의 개설을 약속했던 중국정부가 이 법 제정을핑계로 영사사무소로 격하시킨 것이나, 주한중국대사가 기회만 있으면 '조선족은 엄연한 우리공민'이라 강조하는 함의를 정부는 알아야 한다.
이 법이 태어나지 않았어야할 또 다른 이유는 보편성의 결여이다.
동포의 범위를 '정부수립이후 이주자'로 한정한 근거가 전혀 논리적이지 않고, 설득력이 없다.
누가 보아도 이 법이 재미동포를 위한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래 무슨 법률이 어느지역동포는 동포이고, 어느 지역은 아니라고 차별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이 법은 일반국민의 건전한 가치관에도 배치된다.
이 법이 제외시킨 200만 재중 조선족동포와 구 소련거주 50만 동포가 어떤 사람들인가.
대부분 일제치하 압제를 피해, 혹은 독립운동을 위해 조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후예가 아닌가.
김대중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국민의 정부의 법통은 상해임시정부를 뿌리로 하고있음을 밝힌 바도 있다.
더욱이 민주국가에서 이런 식의자의(恣意)적 입법이 말이나 될 법한가. 아무리 통치권자의 뜻이라 해도 상식에 어긋나면 '아니 되옵니다'하고 막았어야 했다.
지금도 필자에게는 한가지 생생한 기억이 남아있다. 문제의 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던 무렵이다. 한고위 외교관리는 필자에게 "그렇게 강퍅한 사람과 큰 소리내지 않고 독소조항을 제거한 내 협상력도 인정해달라"며 이해를 구했던 사실이다.
엄격한 법 집행자라야 할 법무부가 내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치논리로 입법을 밀어붙인 것은 큰 잘못이다.
이 정부가 야당시절엔 교민청신설을 공약한 바도 있다. 그러나 집권 후 이를 철회했다.
내정간섭 요소가 있고, 또 이민(移民)을 의도적으로 확대하려는 음모라고 미국이 발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아직도 미국만 가면 교민청 신설을 약속하고 다니는 얼빠진 의원들이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교민정책은 동포들이 살고있는 곳에서 뿌리를 내리도록 돕는데 주안점이 두어져야 한다.
감상적으로 역이민을 충동질 해서 얻을 실익이 무엇인가.
한국일보는 기회 있을 때 마다 재외동포법의 문제점과 입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이 법을 폐지하고 관련 개별법을 손질하는 선에서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왜 불필요한곳에 외교력을 소모하고, 또 국력을 낭비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노 진 환 논설위원 실장
jhr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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