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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행과 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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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행과 자선

입력
2002.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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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와 요행을 바라는 마음은 반비례한다. 불황일수록 사행 산업은 호황을 누린다.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경마 경륜과 내국인 카지노, 복권 등 사행 산업의 규모는 지난해 9조2,23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5.5% 증가했으며 올해는 1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앞으로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사행 산업이 전체 레저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42.6%에서 지난해에는 57.6%로 높아졌다.

■사행 산업에 참가한 연간 이용자수는 지난해 2,260여만명으로 전년보다 47.7%가 증가했다.

국민 100명당 48명 꼴로 경마나 경륜, 카지노 복권 등을 즐긴 것이다.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다.

영국 BBC 방송이 지난해 말 한국의 복권을 중심으로 한 도박산업 열풍을 보도할 정도다. 이 방송은 경기 침체가 대박꿈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이 1928년 한국 등장 이후 최고 액을 기록했다.

계속되는 불황에다 미국 테러 사태, 보복 전쟁 등이 겹쳐 '차가운' 날씨였지만, 냄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지난해 자선냄비 모금 액은 22억5,403만5,682원에 달했다. 목표액 17억원을 23% 초과한 것이다.

구세군 측은 "구세군 신도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참여와 봉사가 특히 많았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최대 호황을 누린 신용카드 이동통신 홈쇼핑 업계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이웃 돕기를 거의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아껴 쓴 용돈을 자선냄비에 넣는 코흘리개 꼬마, 막 노동을 끝내고 돌아가면서 막걸리 값을 쪼개 집어넣는 허술한 차림의 아저씨, 익명으로 거액을 수년째 계속 보내오고 있는 얼굴 모를 사람 등이 지난 연말 삭막한 세상을 그래도 훈훈하게 만들었다.

생활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꿈꾼다. 사행 산업이 번창하는 이유다.

하지만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은 힘들수록 더욱 더 이웃을 생각한다. 사상 최고 액을 기록한 자선냄비가 그것을 증명한다.

어느 쪽을 택하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에 달렸다. 자선냄비를 가슴속에 간직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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