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미 라인스(BehindEnemy Lines)’는 할리우드가 뉴욕 9ㆍ11 테러 이전 얼마나 ‘적국’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영화다.보스니아 내전 중 미국 조종사가 정찰비행을 나섰다 적진 한 가운데 떨어진다는 설정은 ‘전쟁 영화’로는 아무래도 긴박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를 매우 높게 만들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한 명의 병사를 구하기 위해 미군 떼죽음 당하는 단순한 논리는 아니라는 점도 다르다.
지루한 정찰을 계속 하느니 차라리 유명 인사의 개인 비행기나 모는 게 낫다며 전역을 고려 중인 해군 파일럿 크리스 버넷(오웬 윌슨).
크리스마스에 정찰을 나갔던 그는 미사일 세례를 받고 추락하고, 동료는 무참히 적에 의해 사살된다.
유고 정부와 협정을 맺으려던 정부는 민감한 상황을 들어 대규모 구출 작전을 포기하고, 고립된 버넷은 적진에서 구출을 기다리며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탁월한 재주로 액션영화를 방불케 하는 긴박감을 불러 일으킨다.
지뢰가 터져 사람이 튕겨져 나갈 때의 공기의 흐름이 특수효과로 표현되는데, 그 느낌이 매우 생생하다.
결국은 버넷이 구출될 것이라는 ‘뻔한’ 사실을 알고 있다 해도 날렵한 늑대와도 같은 저격수에게 쫓기는 버넷의 동선을 보면 긴장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아슬아슬한 서바이벌 게임을 관전하는 듯한 묘미를 충분히 전달하는 영화다.
부하를 구하기 위해 항명을 불사하는 리가트 제독 역의 진 해크먼의 식상한 모습이 다소 실망스럽지만, 애국주의에 기초한 영화가 다른 선택을 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CF감독출신인 존 무어의 데뷔작. 18일 개봉. 12세이상 관람가.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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