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34ㆍ관악구 봉천6동)씨는 며칠 전 밤늦게 퇴근해 집주변 골목길에 차를 주차했다가 낭패를 봤다.다음날 아침 차를 빼기 위해 나갔더니 이미 견인되고 없었던 것. 과태료와 견인보관료 등 총 8만원을 문 김씨는 “1년 단위로 끊는 거주자우선주차권 구입에 탈락한 후 밤마다 불안해 미칠 지경”이라며 “대기자명단에 올렸지만 순서가 안 오는데 어디에 주차하란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회사원 이모(28ㆍ서초구 방배동 S아파트)씨는 느긋하다.
자신의 주차구역엔 함께 사는 부모님 차량이 주차돼 있지만 아파트옆 도로에 차를 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거주자우선주차제요? 말은 들어봤지만 자세히 몰라요, 여긴 아마 해당사항이 없을 걸요”라고 딴세상 얘기처럼 말한다.
거주자우선주차제가 서울시 확대 시행 2개월여를 앞두고 구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주차제 시행이 강화된 구에서는 일부 시민이 “거주자우선주차제가 시행되지 않는 아파트로 이사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낙심하고 있다.
반면 주차제가 아직 시행되지 않는 구에서는 불법주차 등 무질서가 판을 치고 있다.
11일 밤 강남구 압구정동 H아파트 주변의 ‘친목길’.
동호대교 남단에서 아파트 단지 방향으로 뻗은 이 길은 양쪽에 일렬주차한 차량들로 인해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밤이 깊어지자 차량 1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차가 들어찼다.
그러나 강남구청 관계자는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실시하지 않는 지역이고 주차단속은 인력난과 주민들 항의로 엄두를 못 낸다”며 “차를 2~3대씩 갖고 있는 주민들이 저녁때 이곳을 이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방배동 S아파트 주변도 마찬가지다. 거주자우선주차제가 시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법주차가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좁은 주택가에 사는 시민은 불법주차로 고통을 받고, 널찍한 고급 아파트의 주민은 불법주차를 묵인받는 양극화현상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구청장 등 기초자치단체의 제도 시행 의지에 따른 결과이지만, 정책의 형평성을 감안하면 이제는서울시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주차제의 피해자격인 김씨는 “합법적으로 주차를 하려해도 부족한 주차공간 때문에 딱지를 떼이는 판에 다른 지역은 딱지는 커녕 2대, 3대씩 마음대로 주차한다면 누가그런 정책을 믿고 따르겠느냐”고 분개했다.
녹색교통운동의 민만기(閔萬基) 사무처장도 “주차단속은 제도시행 여부와 상관없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일부 자치단체장이 이를 방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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