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사 스캔들의 초점이 점차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인지 여부로 모아져가고 있다. 지난해 가을 케네스 레이 엔론사 회장으로부터 구명 로비를 받은 각료들은 14일 일제히 부시 대통령에 대한 보고사실을 부인하면서 파문 수습에 나섰으나, 해명할수록 의혹이 증폭되는 모습이다.또한 엔론사의 회계감사회사인 아더 엔더슨사의 직원들이 상부의 지시를 받고 관련서류를 파기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회계법인의 도덕성도 도마에 올랐다.
◆ 부시 대통령은 몰랐을까
지난해 10월레이 회장의 전화를 받은 폴 오닐 재무부장관은 이날 폭스TV와의 회견에서 “통화 당시 언론에 보도된 이상의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생각했으며 따라서 대통령에게 보고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널드 에번스 상무장관은 NBC방송에 출연, “당시레이 회장으로부터 이미 공개된 것 이외의 어떠한 정보도 듣지 못했으며 나중에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통화사실을 밝혔다”고 말해 보고 책임을 카드 실장에게 떠넘긴 꼴이 됐다.
그는 또 “레이 회장은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등급 절하 문제를 거론했다”면서 “하지만 1개월 후 엔론사의 파산은 예상하지 못했다”고말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 등은 “에번스장관은 고위공직자로는 처음 레이회장로 로비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면서 “그런데도 2개월이 넘도록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지않았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 서류파기 지시 파장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에서 엔론사에 대한 회계감사를 맡았던 아더 앤더슨의 직원들이 지난해 10월12일 엔론 회계감사와 관련된 모든 서류들을 파기하라는 지시를 받았었다고보도했다.
타임은 지시한 시점은 엔론이 6억1,8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처음으로 자금난을 공시하기 4일전이었으며 지시를 내린 사람은 아더앤더슨의 변호사중의 한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엔론을 담당한 회계 감사인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아주 사소한 서류를 제외하고는 모든 엔론 회계감사 관련서류와 수천개의 e메일등을 파기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엔론사태와 관련해 아더앤더슨측에 관련 서류의 제출을 요구한 시점인 지난해 11월8일까지 서류파기를 계속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이날 엔론과 앤더슨의 불법행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하비 피트 SEC 위원장이 한때 엔더슨의 고문변호사를 지낸 바 있다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5위의 회계법인인 앤더슨은 피해를 입은 주주들로부터 집단 손해배상소송을 당해 회사 존립자체가 위기에 처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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