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와 나이프가 미술작품이될 수 있을까.29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열리는 ‘겨울방학 특별기획전-상상력과 호기심’은 미술재료에 관한한 그 어떤 제한이나 장벽도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전시회다.
김동유 박활민 임옥상 조택호 최우람 정복수씨 등 평면ㆍ설치작가 11명이 다양한 일상의 사물에 작가적 상상력을 결합한 ‘기발한’ 작품 30여 점을 보여준다.
민중미술 출신의 임옥상씨는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제 숟가락과 나이프, 포크 수백 개로 길이 340㎝짜리 거대한 물고기(2001년 작 ‘포크와 나이프와스푼 3’)를 만들었다.
날카로운 이빨은 포크, 둥그런 비늘은 숟가락, 높다란 지느러미는 나이프가 담당했다.
프랑스 설치조각가 아르망이 여러 개의 붓이나 바이올린, 자동차 바퀴로 전혀 다른 속성의 평면ㆍ조각작품을 만든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백은하씨는 나팔꽃 도라지꽃 분꽃 깨꽃 등 여러 들꽃을 활용한 소품을 출품했다.
‘가족’은 ‘샌드시드니’라는 꽃잎을 말려 종이 위에 붙인 다음, 사람 얼굴과 팔, 다리를 간략히 덧그려 외출하는 일가족의 즐거운 모습을 표현했다.
파리했던 꽃잎이 ‘가족’과 ‘발레리나’, ‘명성황후’가 되는 변신이 놀랍고 재미있다.
전시장에서는 이밖에 캔버스에 붙인 종이배 수백 개가 넘실거리는 바다를 연상시키는 ‘노란 바다’(조택호), 조그만 별이나 나비 그림 수백 개로 미국 영화배우 제임스 딘의 얼굴을 형상화한 ‘대전 블루스&블루 스타’(김동유) 등도 만날 수 있다.
두 개의 팔이 사람 얼굴을 공처럼 이리저리 굴리는 공성훈씨의 슬라이드 작품 ‘머리 굴리기’도 사람의 몸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롭게 탐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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