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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월드컵 개최, 韓·日 신뢰쌓는 계기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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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월드컵 개최, 韓·日 신뢰쌓는 계기 됐으면

입력
2002.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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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년이 스스로 몸을 던져많은 일본인에게 슬픔과 감명을 동시에 갖다 준 날로부터 1년이 지났다.전철역 플랫폼에서 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뛰어내린 한국청년과 일본인 카메라맨이 함께 숨졌다.

작년 1월 26일 밤 도쿄 야마노데선 신오쿠보역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다.

'자기일에만 정신이 팔려 남의 불행은 돌볼 여유가 없다'는 풍조가 만연한 도쿄에서 두 사람은 자기희생의 정신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본말을 배우던 한국청년이 무엇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일본인을 구조하려 했을까?

나의 한국인 친구는 "그렇게 거창한 문제는 아니다.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는 것이 한국사람의 심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살신성인'이라는 한국의 전통정신이라고 한다.

신오쿠보역의 사고현장에 가보았다. 플랫폼 바로 밑에는 일반도로였다. 그 때문에 철로는 도로 위에 걸쳐 있었다.

더욱이 교판을 받치는 철판이 우뚝 솟아 철로를 좁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구조하러 간 사람이 달려오는 전차를 피할 수 없게 되어있었다.

개찰구로 나오는 계단 벽에 추도 동판 판넬이 걸려있었다. 한 중년 남자가 판넬의 비문을 읽으며 '나였더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부인에게 말하면서 두 손 모아 합장했다. 나도 묵도했다.

이런 고귀한 정신은 미국에서도 한차례 목격한 적이 있다. 1982년 1월에 일어난 일이었다.

워싱턴시를 흐르는 포토맥강에 여객기가 추락했다. 100명 이상이 얼어붙은 강에 내던져졌다. 구출을 위해 헬기 여러대가 출동하여 로프로 승객들을 한 사람씩 인양했다.

그 때 한 중년남자가 가까이 있는 젊은 여성에게 자신의 순번을 양보,그 여성은 구조되었다. 하지만 헬기가 다시 돌아왔을 때 그 중년 남자는 이미 동사한 뒤였다.

'미국 정신이 여기에있다'고 구조대원들과 함께 미국 국민이 울었다.

월드컵대회를 한일 양국에서 공동 주최하는 올해는 두 나라에 모두 중요한 한 해라고 생각한다.

일본천황도 작년 말 기자회견에서 선조인 환무천황의 생모가 백제 왕의 자손임을 강조하며 "한국과의 인연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타깝게도 한국과의 교류는 이러한 교류만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월드컵을 통해서 양국 국민 사이에 이해와 신뢰가 깊어질 것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나 역시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한일 양국의 우호가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키쿠지 이쿠츠 전 일본 아사히 신문 편집위원 大東文化大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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