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염무웅(61) 영남대 독문과 교수의 평론집 ‘모래 위의 시간’(작가 발행)은 그의 리얼리즘 문학 인생길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소설가 최인훈의 초기작을 다룬 1964년 신춘문예 등단작 ‘에고의 자기 점화’부터 99년 호ㆍ영남 문학인대회 발제문 ‘지역문학의 적극적의의’까지 여기 실은 글 33편은 40여 년의 시차를 갖고 있지만 그 올곧은 하나의 토대는 리얼리즘이다.
그가 정의하는 리얼리즘은 ‘비전(vision)과 심화(深化)’이다.
“특정한 시대의 예술 이데올로기라든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재생이 아니라, 인간의 참된 삶이 있어야 할 구체적방식을 밝히려는 끝없이 뜨거운 정열과 용기가, 순간순간 변모하는 상황에 대처하여 예술 속에 자신의 불가피한 모습을 드러낼 때 우리가 부르는 이름”이 그가 보는 리얼리즘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간 나온 염 교수의 세 권의 평론집에는 실리지 않았던 것이다.
1부 ‘방황과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묶은 60년대의 글에는 오상원, 장용학, 곽학송, 선우휘, 서정주와 송 욱에 관한 평문이 보인다.
이정환, 오영수, 조세희, 송기숙, 신경림 등을 다룬 2부는 ‘민중시대’ 70년대의 것이다.
80~90년대를 ‘민족문학’을 모색하며 보낸 그는 이제 ‘세계화의 재앙 속에서’(5부) 새로운 리얼리즘의 길을 찾는다.
“1980년대에 이념의 문학만 있었던 것이 아니듯이 1990년대에도 감성의 문학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시대에나 작가는 오직 자기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가지려고 할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작가가 혼신의 힘으로 뽑아낸 자기만의 목소리에는 손에 땀을 쥐며 성원하는 이웃들의 눈물과 한숨, 아픔과 희열이 불가항력으로 배어들게 마련이다. ‘학문이란 천하의 공공적 물건이다(學問者 天下之公物也)’라고 다산 선생이 말했던 것과 같은 뜻에서 문학도 공공적 물건이다.”
염 교수는 21세기 한국문학의 과제는 ‘공공성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다시 강조한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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