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은 지난 10년 간 표류와 침체 양상을 보여왔다. 연주력은 추락했고, 44년 역사의 국내 최고 교향악단이라는 자부심도 상처를 입었다.이런 상황에서 올해부터 3년 간 서울시향을 이끌게 된 지휘자 곽 승(61)이 1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첫 지휘봉을 잡았다.
직책은 음악고문이지만, 사실상 음악감독이다.
현 상임지휘자 마르크 에름레르가 내년 4월 말로임기를 마치면, 본격적인 곽 승 시대가 열린다.
그를 맞아 서울시향이 안정을 되찾고 재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련하고 엄격한 지휘자로 알려진 그는 이날 연주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단호하면서도 정열적인 지휘 모습에서 활력이 느껴졌다.
첫 만남인 만큼 곽 승과 서울시향은 서로를 탐색하는 듯한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지만, 일단 심기일전을 다짐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1부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 베토벤의 칸타타 ‘잔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합창환상곡’ 에 이어 2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을 연주했다.
서울시향의 ‘탄호이저’는 서정적인 부분은 잘 살렸지만, 차츰차츰 상승하며 긴장을 더해가는 탄력은 떨어졌다.
1부의 다른 두 곡은 다소 의외의 선곡이다. 새 지휘자의 첫 인사로는 오케스트라 역량에 집중된 선곡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합창과 피아노로 관심이 분산되는 곡을 골랐다는 점에서 그렇다.
합창과 독창이 썩 만족스럽지 못했던 반면, 합창 환상곡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김대진은 명징하고 단정한 연주로 기대에 부응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큰 박수를 받았다. 강약의 대비, 음영과 굴곡이 뚜렷해 표정이 풍부한 연주였다.
여러 차례 커튼콜에 흥겨운 ‘라데츠키 행진곡’이 앙코르를 장식했다. 그것은 곽 승과 서울시향의 의욕적인 출발을 알리는 팡파르처럼 들렸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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