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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몰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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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몰되는 나라

입력
2002.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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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이 높아져 한 바다의 환초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들어온 얘기다.그러나 국토포기를 선언한 나라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뉴스다.

남태평양 날짜 변경선 부근 산호군도국가 투발루는 지난해 11월 솟아오르는 해수면과의 전쟁에서 졌음을 인정하면서 국토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100년 후면 국토가 모두 바닷물에 잠기게 되므로, 매년 75명씩을 뉴질랜드로 이주시켜 금세기 안에 9,000명 인구 모두를 철수시킨다는 계획이다.

■영등포구 크기에 불과한 이 나라의 평균 해발고도는 3m에 불과해 여름철인 지금 저지대 농경지들은 황무지로 변했고, 정부 중요 기관들까지 침수피해를 입고 있다.

기상연구소 앞마당이 물에 잠겨 수면에 투영된 경치가 아름다워 보이지만, 현지 주민들에게는 재앙의 시작에 불과하다.

경향신문이 이 나라에 기자를 보내 만나본 탈라케 총리의 제1성은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개탄이었다.

섬나라의 불행을 외면하는 선진국에 대한 원망이다.

■그것은 투발루 한 나라만의 불행이 아니다. 환경정책연구원은 지난 연말 우리나라 동남해안해수면이 지난 10년간 평균 4.6~4.8㎝ 상승했다고 밝혔다.

미국 항공우주국 위성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한국해양연구소도 근년 인천부근과 장항-군산, 목포-여수, 충무-울산, 묵호-속초 해안과 제주도 저지대 해안이 특히 취약해 해안선 침식으로 어장이나 양식장들이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고 주의를 환기하면서 호안시설 점검에 각별한 주의를 촉구했었다.

■해수면 상승은 자연의 보복이다. 흔히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는데, 남극과 북극의 빙산, 히말라야 산맥 같은 극지의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져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구의 역대 최고 평균기온으로 기록된 상위 10개 가운데 1990년대가 7개였고, 나머지 3개 가 1983년 이후 기록이라는 분석으로 보아도 지구가 얼마나 빨리 더워지고 있는지 알수 있다.

더 편하고 즐겁게 살려는 인간의 욕망이 지구의 파멸을 앞당기고 있다는 섬나라 지도자의 울분이 들리는 것 같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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