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각하다. 외국인은 물론 국내 기관들과일부 개인들까지도 지수 관련 우량 종목군만 집중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우량주는 급등하는 반면 개인선호 개별 종목들은 철저히소외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우량주 중심의 주가 차별화에 대해 한국 증시의 메가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진단도 내린다.■장기상승 흐름으로 전환
삼성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향후 한국 증시가 변동성이 컸던 1990년대식움직임을 마감하고 장기 상승 흐름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90년대 이후 우리 증시는 크게 봐서 지수 500과 1,000포인트 사이에서급등락을 거듭했지만 앞으로는 박스권을 탈피, 꾸준하고 완만하게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전망은 저금리의 지속, 구조조정의 진전, 내수 시장의 견조한 성장 등최근 경제의 펀더멘털이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더 이상 ‘코리아 디스카운트’를받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또 외국인 주식 비중의 증가에 따라 과거의 틀로는 주식 시장을 설명할 수 없다는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외국인 시가 총액 비율은 98년 16.7%에서 최근 36.9%까지 증가했다.
이익 성장성을 중시하는 외국인의 중ㆍ장기 투자 전략이 국내 기관과 개인들의 투자패턴에도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SK텔레콤, KT, 삼성SDI 등의 우량주가 1~3위다. 또 현대백화점,신세계, 태평양 등 내수 우량주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개인들이 가장 많이 샀던 종목이 하이닉스반도체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시장의 중심이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적 매매에서 중ㆍ장기 투자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우량주폭등 가능성
이에 따라 69~73년의 미국처럼 대형 우량주 중심의 폭등장이 펼쳐질 가능성도점쳐진다. 당시 미국에선 연ㆍ기금 주식투자 비중이 늘면서 기관 펀드메니저들이 대형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사 들였다.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꾸준한 수익을 올리던 코카콜라, 필립모리스, P&G, 맥도날드, 월트디즈니, 3M, 제록스, 코닥 등이 대상. 이에 따라 이들 우량주의주가수익비율(PER)이 시장 평균의 2~4배에 달할 정도로 주가가 뛰었고 이를 미국인들은 ‘니프티-피프티(Nifty-Fifty) 장세’라고 표현했다. ‘매력주 50선 장세’라는 뜻이다.
삼성증권 이강혁 연구위원은 “현 장세는 니프티-피프티 장세의 초기 국면과 유사하다”며 “국내 기관들의 시장 참여가 본격화할 경우 매물 공백으로 우량주가 폭등할 수도 있다”고밝혔다.
IMF를 겪으며 전체 운용자산의 10% 미만으로 줄어든 국내 기관들의 주식투자 비중이 경기회복 가시화에따라 2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 기관들도 결국 외국인이 샀던 우량주를 다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에따라 지수 조정시엔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확실한 내수 기반을 갖춘 우량주를 저가 매수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한 애널리스트는 “우량주는 이미 많이올라 가격 메리트가 없고 조정장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며 “사실 한국 증시의질적 변화는 강세장의 단골 메뉴였다”고 지적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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