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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사람들] 아리랑응원단 응원부장 박용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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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사람들] 아리랑응원단 응원부장 박용식씨

입력
2002.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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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직함은 아리랑응원단 응원부장과 붉은악마 회원. 그러나 이 직함만으로는 그를 설명할 수 없다. 얼굴에 태극문양의 페인팅을 하고 자신이 개발한 ‘태극기 조끼’를 입고 국가대표팀 경기에는 언제나 등장하는 주인공 박용식(39)씨.해외 원정응원만 30여 차례. 대표팀을 따라 국내외를 오가느라 8년간 사재 1억원을 털었다. 2002월드컵 입장권을 400만원 어치나 구입한 그는 오는 19일에는 골드컵 응원을 위해 비행기에 오른다. 94월드컵 등에 이어 미국 방문만 벌써 네 번째이다.

박용식씨는 자신의 표현대로 “축구에 미친 사람”이다. 축구광인 가수 김흥국(아리랑응원단장)씨조차 “나보다 더 환자다”라며 꼬리를 내릴 정도라니…. 그는 미국의 CNN, 일본 NHK 등에 소개됐다. 요즘 월드컵 행사가 부쩍 많아지면서 1주일에도 3~4차례씩 태극 보디페인팅을 한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 검버섯까지 생겼지만 그래도 좋단다.

도대체 축구가 뭐기에 한 사람을 이토록 ‘미치게’ 만들었을까. “어떨 때는 나도 괴롭습니다. 이렇게까지 축구에 빠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박씨를 축구에 빠져들게 한 계기는 93년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진 한국축구의 ‘기적’이었다.

“이라크가 일본과 비기는 바람에 한국이 극적으로 월드컵에 진출하게 된 감격을 맛본 뒤 가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94년 월드컵이 열린 미국에서 김흥국씨와 의형제를 맺은 박씨는 그 뒤 항상 응원현장의 맨 앞에 선다.

허구한 날 축구행사에 따라다니는 남편을 둔 부인의 심정은 어떨까. 박씨는 처음에는 원정응원 갔다 와서 아내에게 싹싹 비는 게 예사였다. 그러나 어느덧 그의 부인 오순기(37)씨는 “남편이 죽으면 축구공을 같이 묻어주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남편의 열정을 존중해 주는 이해심 많은 아내가 돼 있었다.

박용식씨는 일부 사람들이 ‘신선 놀음’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릴 때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나이트클럽 웨이터 등 갖은 막일을 다 거쳐 배고픔을 잘 안다. 그래서 일까, 박씨는 10년 전부터 보육원과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앞장서 왔다.

박용식씨의 현재 생업은 3층 건물 임대업. 조만간 대전에 음식점을 내기 위해 준비중이다. 축구사진 등을 음식점에 전시할 계획인 그는 “장사 정말 잘 돼야 한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수익금의 20% 정도를 대전 충남 지역 유소년 축구발전을 위해 희사하기 위해서이다.

박씨는 월드컵 때 외국팀끼리 맞붙는 경기에서도 열심히 응원을 할 계획이다. 그게 바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친근한 이미지를 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정치에 희망을 걸겠습니까. 오직 축구만이 국민들의 신바람을 불러일으킬 희망입니다.” 박용식씨에게 축구는 삶이면서 꿈 그 자체이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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